키워드로 되돌아보는 슈틸리케와 함께한 한국 축구 3년

모두가 예상한 대로 이제 더는 슈틸리케 감독을 국가대표팀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끝은 좋지 않았지만, 희망을 품고 호기롭게 출발했던 지난 3년을 키워드를 통해 되돌아보려고 한다.


선임

지난 2014년 9월 24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새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에서 이루어낸 화려한 선수 시절 뒤에 자리 잡은 아쉬운 지도자 경력이 있었지만,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한국축구를 위해 외국인 감독을 믿었다. 출발은 좋았다. 소속팀 경기 출전을 원칙으로 하는 그의 신념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고 점차 우리에게 기대감을 선물해 주었다.


아시안컵

슈틸리케 감독 선임 후 첫 국제대회였다. 짧은 시간 안에 큰 대회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신념을 토대로 선수를 선발해 대회를 준비했다.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직행한 대표팀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준우승’이란 선물을 얻었다. 준비 기간이 짧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준우승이란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은 슈틸리케 감독을 충분히 칭찬해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이청용과 구자철이 부상에서 빠진 가운데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대표팀을 통해 국민은 다시 한번 한국축구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동아시안컵

유럽파를 제외한 채 k 리그 선수들만 데리고 동아시안컵이 열리는 중국으로 갔다. 비록 유럽파가 빠지긴 했지만 k 리그의 위력을 보여주며 1승 2무로 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며 마무리 지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통한 대회였다. 이 대회를 통해 많은 선수가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이후 러시아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A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순탄할 것만 같았던 대표팀과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최종예선에 들어서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중국과 시리아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운영을 한 대표팀은 결국 이란 원정에서 패하며 가시밭길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무의미한 전술운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선수들 역시 투지와 정신력이 실종되며 어려운 경기를 풀어나갔다. 또한, 상황이 안 좋아지자 슈틸리케 감독은 본인의 철학을 깨버리고 선수를 발탁하는 등 점차 국민의 신뢰를 잃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감독과 선수 사이에 문제가 될만한 발언들을 연이어 내뱉으면서 본인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계속해서 반등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러시아행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대표팀과 계속해서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정협

그래도 슈틸리케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무너진 한국축구에 새로운 인물을 통해 신바람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선수는 단연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이다. 무명의 선수인 이정협을 아시안컵이라는 굵직한 대회에 과감히 기용하면서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정협뿐만 아니라 권창훈이나 이재성, 장현수, 김진현, 남태희 등의 선수들을 믿음으로 계속 기용하면서 한국축구에 또 다른 선물을 준 슈틸리케 감독이다. 이러한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은 분명히 한국축구에 새로운 변화를 주었고 한국축구에 희망을 품어다 주었다.


포스트 슈틸리케

이제 국민의 관심은 새로운 대표팀 감독으로 향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난 이후 가시방석인 공석에 앉으려고 하는 지도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모른 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재까지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유력한 가운데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나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 최용수 전 장쑤 쑤닝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누가 오든 굉장히 힘든 자리인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숙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지도자가 와야 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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