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의 인문학칼럼 6] 먹방 열풍으로 본 우리 사회

먹방문화 트렌드

요즘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마이 리틀 텔레비젼’ 등 쿡방이나 먹방이라 불리는 방송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최현석, 백종원, 레이먼 킴 등 요리하는 셰프들이 주목받으면서, 셰프들의 인기가 올라갔다. 인터넷에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또한, 인터넷에서 먹방을 진행하는 BJ들도 직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날이 먹방 BJ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문화의 트렌드가 언제부터인가 먹방으로 인식될 정도로 급속히 발전해 온 듯하다. 방송에서 새로운 요리법이 조금이라도 선보일 때면 요식업과 유통업계가 들썩인다. 사람들은 왜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대리만족에 불과한 먹방, 쿡방에 빠지는 걸까?


‘어떻게 사느냐’하는 삶의 질이 더 중요해진 지금, 웰빙을 추구하는 삶과 소비패턴, 1인 가구의 증가, 늘어가는 외식문화의 추세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인의 외로운 혼밥 현실

현대인은 외롭다. 취업이 힘들어진 청년실업자들은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3포, 5포, 7포 세대가 되었다.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밥 먹는 시간조차 아끼면서 모든 인간관계를 차단한 채 화장실 변기 위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했던 대학생의 모습은 비참하다. 그는 ‘혼밥(혼자 먹는 밥)’을 먹는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닐까?


혼밥의 외로움을 절실히 느끼고, SNS를 통해 함께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소셜 다이닝 모임’을 만든 ‘소셜 다이닝 집밥’의 대표 박인씨의 말이 있다. “우리가 먹고자 하는 것은 한 끼를 때우고자 먹는 사료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와 소통할 수 있는 식사를 원했다.” “몸을 채워주는 것도 있지만 마음을 채워야 온전한 한 끼의 식사”라는 말처럼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삶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다.


소셜 다이닝 모임이란 ‘소셜 다이닝’과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모임을 말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아 새로운 공동체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사회생활을 통해서도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을 형성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먹방

먹는 즐거움에 대한 욕구는 커졌지만 긴 근로시간과 바쁜 삶으로 인해 현대인은 ‘저녁 없는 삶’이 되었다. 게다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이 지난 30년 동안 5배나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식탁의 해체를 의미한다. 혼자 먹는 밥상 때문에 사람들은 같이 밥 먹는 즐거움, 행복감, 함께 나누었던 공동체 의식을 잃었다.


‘식구(食口)’의 사전적 의미는 한집에서 같이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진정한 식구란 식구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음식을 매개체로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한 가족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외로움은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즐거움을 동경하게 만든다. 먹방이나 쿡방에서 보여준 진행자와 셰프가 게스트와 함께 웃고 즐기며 맛있게 나눠 먹는 모습에서 외로운 현대인에게 TV는 대리만족하는 장소였다. ‘무엇을 먹느냐’로 인기를 끈 줄 알았던 먹방, 쿡방의 참모습은 함께 공유하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취업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혼밥족(혼자 밥먹기 족)이 되고, 밥터디(밥+스터디)을 해야 했다. 그래서 한국의 식사 시간은 유독 짧다. 20대뿐만이 아니라 10대는 학업 스트레스, 30~40대는 직장 생활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새벽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솔직히 삼시 세끼 제대로 챙겨 먹는 건 최고의 사치나 다름없다. 여유롭게 식사할 시간이 없는 이들은 음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다른 사람의 먹방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시청함으로써 같이 무엇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형성하거나 소외감을 덜어내려 한다. 그래서 그림의 떡인데도 불구하고 시선을 떼기 어렵고 계속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먹방 열풍으로 본 우리 사회

사실 먹방 열풍은 바쁜 일상에 치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점심·저녁도 대충 때우는 우리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좌절을 겪게 되는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먹거리,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쿡방은 보는 사람들을 훈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15분 동안 냉장고 속 평범한 재료로 멋진 요리를 만드는 두 셰프의 경연장이었지만 바쁠 때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유니셰프들의 모습과 타인의 음식에 감탄하며 칭찬을 주고받는 모습은 따뜻한 가족이자 친구의 모습처럼 보인다. 서로 헐뜯고 막말이 오고 가는 방송이 아닌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방송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도 배려를 통해 공감과 소통과 위안의 공간이 된다. ‘먹방 열풍이 우리에게 먹는 것에 대한 행복과 음식이 주는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라는 뜻깊은 의미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칼럼 소개: 사회의 현실, 문제점, 소식들을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전달하는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은 학생입니다. 학생의 시각에서 인문학을 색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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