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리는 생체 칼럼] 내 장기가 USB 칩으로!?

최근 의료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신약의 개발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신약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꼭 거쳐야 한다. 이 때 자주 쓰이는 방법이 바로 동물실험이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동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실험치고는 그만한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던 약이 막상 출시되었을 때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에는 동물과 인간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원초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결국, 동물실험은 신약개발 평가에 거의 필요가 없고, 그 실험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러한 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 있다. 바로 ‘오간 온 어 칩(Organ on a chip)’이다. 이 칩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과학자들이 인체 장기와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실험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탄생했다. 최초로 개발된 장기 칩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허동은 교수가 주도하여 만든 미국의 ‘폐장기 칩’이다. 이 칩 위에는 폐와 모세혈관의 세포가 올려져 있으며, 세포에 진공 펌프를 연결해서 폐가 숨을 쉬는 것처럼 수축-팽창을 반복하게 할 수 있다. 모세혈관 세포는 혈관과 비슷한 구조로 혈액이 통하도록 만들어져, 실제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것처럼 작동한다. 약이나 독성 물질같이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물질에 대해 진짜 인체의 폐처럼 생리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장치가 드디어 개발된 것이다. 손톱보다 조금 큰 정도에 불과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실제 인간의 폐와 다름없기 때문에 여기에 신약의 후보 물질을 실험하면 인체에 나타나는 효과나 부작용 등을 동물실험을 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히 알 수 있다.

 

폐장기 칩 이후로도 많은 장기 칩들이 개발되었는데, 심장의 기능을 그대로 모사한 심장 칩, 스스로 깜빡이고 세포 운동을 수행하는 눈 칩, 그 외에도 신장 칩, 피부 칩 등 다양한 칩들이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피부 칩은 이미 상용화되어 화장품을 개발할 때 필요한 독성 검사 단계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이는 2017년 2월부터 우리나라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장기 칩은 최근 의학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맞춤형 의학’을 앞당기는 것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의학이란 쉽게 말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로부터 폐 세포를 추출해 폐장기 칩을 만들어 여러 가지 치료 약물을 실험해보고 가장 치료 효과가 좋은 약물을 찾아내면 환자의 치료가 쉬워질 수 있다. 사실상, 이 폐장기 칩은 환자의 ‘아바타 장기’인 셈이다. 또한, 장기 칩은 더한 발전을 꾀하고 있다. 바로 하나의 칩 위에 여러 개의 장기를 올려놓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아볼 수 있는 장기 칩, ‘휴먼 온 어 칩(Human on a chip)’ 프로젝트가 그 발전 계획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장기 칩은 앞으로 신약개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물실험의 폐해를 원천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칩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휴먼 온 어 칩의 연구가 꾸준히 지속되어 정말 윤리적 문제 없이 의료 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인용 출처 : <동물실험을 대체할 '장기 칩' 기술> - YTN 사이언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861778&memberNo=12127589&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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