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승연의 시사·문화 칼럼] 폭력적인 기업 문화, 집단주의가 만들었다

 

 

우리의 집단주의적 특성은 사회 현상 속에서 쉽게 발견되고, 대부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국채보상운동은 IMF 위기가 닥치자 금모으기 운동으로 맥을 이어 우리 경제를 살렸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나 미군 장갑차 사고 비판, 대통령 하야 요구 등 다양한 대의 실현을 위해 수많은 한국인들이 광장에 다함께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렇게 애국주의적이고 대세주의적인 집단주의는 현재 일본 불매 운동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집단주의는 우리의 언어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즐겨 쓰며, ‘나’를 의미하는 경우에도 ‘우리’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이 개인을 규정하는 것을 과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빈칸이다’ 라는 문장을 완성하게 하면 우리나라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의 사람들은 ‘나는 학생이다’, ‘나는 딸이다’와 같이 거의 자동적으로 집단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개인주의 문화권 사람들이 ‘나는 성실하다’, ‘나는 창의적이다’ 같은 문장들을 먼저 완성해 보이며 내적 특성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홉스테드는 전 세계 56개 국가의 문화를 몇 가지 지표로 분석하여 숫자가 100에 가까울수록 개인주의 성향, 1에 가까울수록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국가별 성향을 규정했는데, 개인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나라는 91점의 미국이었고 한국은 아시아 평균인 24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18점을 받았다.

 

"홉스테드의 지표에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 매우 높은 수준의 창의문화를 확립한 국가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집단 속에서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남들이 가는 길을 강박적으로 가려고 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류한석은 주간경향의 칼럼에서 말했다. 이는 획일적인 교육, 목표, 진로라는 실질적 형태로 드러난다. (출처 : 주간경향 “집단주의를 버려야 창조가 산다”)

 

집단주의가 지배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곳곳에서 발견되는 군대문화이다.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상명하복식 군대문화는 집단주의의 폐해이며 한국 기업의 어두운 단면이다. 특히 여성 사원들은 이 폭력적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기 쉬워 문제라고 생각한다. 피임약을 먹이면서까지 등산 행군을 강행한 KB국민은행의 신입사원 연수 사례, 상사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알렸는데도 회사가 덮으려 한 한샘 성폭행 사례 역시 조직문화의 그림자다. 이뿐만 아니라, 집단주의가 녹아있는 한국식 기업 문화는 과거 압축성장에 일정 역할을 다했기는 하지만 창의성과 자발성이 강조되는 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면이 크고, 경쟁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해 명백히 개선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출처 : 주간경향 “집단주의를 버려야 창조가 산다” / 한국일보 “한국 직장의 군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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