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후의 영화 칼럼1] "멈추지 마, 서투르지만 아름다운 젊음에 대하여"

영화 <싱스트리트>가 말하는 것들

젊음’이라는 단어는 때론 부담스럽다. 삶의 무게와 고통은 젊다는 이유로 무시되기 일쑤이다. 아직 미성숙해서 ‘어른들’의 세계에도 끼지 못하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어린아이처럼 돌봄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모든 게 서툴고 어설프기만 한 청춘. 그러나 이 서툶을 사랑으로, 노래로 재기 발랄하게 이겨나가는 게 바로 청춘의 힘. 여기, 젊음을 무기로 나아가는, 아일랜드의 노래하는 한 소년이 있다.

 

 

 

 

<싱스트리트>는 <비긴 어게인>, <원스>를 제작한 감독, 존 카니의 세 번째 음악 영화이다. 앞선 두 작품과 달리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1980년대, 경제공황으로 우울하던 아일랜드의 골목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코너’는 전학 간 학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언뜻 보기에도 성숙한 여자아이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와 대화할 구실을 찾던 코너는 즉흥적으로 다가가 무턱대고 자신이 속한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보겠느냐는 제의를 한다. 짙게 화장한 여자아이의 이름은 ‘라피나.’ 놀랍게도 그녀는 코너와 같은 고등학생이었고, 모델이 되려고 학교를 그만둔 상태였다. 코너는 이후 급하게 밴드를 만들고, 아무 계획 없이 시작한 밴드 ‘싱스트리트’는 점점 모양새와 실력을 갖춰나간다. 그는 부모님의 불화와 엄격한 교칙, 침체한 사회 속에서 라피나와 음악으로 숨통을 틔운다. 극복할 수 없었던 우울한 환경을 사랑과 음악으로 이겨낸 것이다.

 

 

<싱스트리트>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뽑으라면 단연 코너와 라피나가 작은 낚싯배를 타고 아일랜드를 떠나는 장면을 고를 것이다. 일자리와 희망을 찾아 영국으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은 무모한 동시에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을 준다. 코너의 형 브랜던은 그의 동생처럼 뮤지션을 꿈꾸던 젊은 청년이었지만, 형제 없이 홀로 버텨야 했던 부모의 불화와 우울한 세상 탓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인생의 패배자'가 되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고, 온종일 하는 일이라곤 담배를 피워대는 것과 기타를 만지작거리며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던은 과거의 자신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동생 코너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음악과 삶의 멘토 역할을 해준다. 아직 운전할 수 없는 코너와 라피나를 몰래 항구에 데려다 준 것도 그였다. 자신의 동생이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브랜던은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그는 왜 괴성을 내지르며 방방 뛰었을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 것은 또 왜일까. 사실 브랜던도 어릴 적 아일랜드를 떠나 독일로 떠나려고 했었다. 그곳에서 꿈을 이루고, 음악가의 길을 걷고 싶어 했다. 그러나 출발하기도 전에 엄마에게 발각되었고, 그는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자신과는 다르게, 멋지게 세상으로 나아가는 동생을 보며 그는 젊음과 자유에 대해 부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주저앉은 자신의 삶을 후회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가는 코너를 목청껏 응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코너의 미래를, 코너의 젊음을, 주저앉지 않을 동생의 인생을 위해 기도했을 것이다. 

 

 

 

 

코너와 라피나가 탄 배는 코너의 할아버지가 물려준 자그마한 낚싯배였다. 거친 파도 탓에 전복될 수도 있었고, 뿌연 시야 때문에 방향을 잘못 잡을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지만, 이들에게는 더 소중하고 값진 것이 있었다. 수십 번 넘어져도 일어나게 하는 힘, 도전을 두렵지 않게 하는 힘, 바로 ‘젊음’이다. 삶의 운전대를 잡게 해주고, 삶이라는 거대한 트럭을 운전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허비하는 1분 1초는 내일의 우리가 간절히 원할 시간인지 모른다. 조금은 부담스럽고 어렵기만 한 젊음은, 미래의 우리 자신이 가지고 싶어도 절대 손에 쥐지 못하는 것이다.

 

젊음은 막연하지만 영원하지 않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여유 부릴 때, 이미 젊음은 사라진 뒤다. 영화 <싱스트리트>는 우리에게 말한다. 멈추지 말라고.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청춘을, 그래서 서투르지만 더욱 아름다운 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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