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경의 언어 칼럼] 오역으로 보는 언어의 대체성

 

사회가 4차 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미디어 매체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 과거에는 대중 매체의 중심이 인쇄 매체에 국한되었던 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영상 매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쇄 매체로는 신문이나 잡지 등이 있다. 인쇄 매체는 시각적으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지만, 청각적인 자료는 제공하지 못했다. 반대로 라디오와 같이 청각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매체는 시각적 자료를 제공하기 힘들다. 그에 따라 그 두 매체의 특성을 겸비한 매체가 등장했는데, 바로 '영상 매체'이다. 

 

영상 매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만한 연관된 단어가 있다. 바로 '영화'이다. 영화는 어느새 많은 사람의 취미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대비 작년 한 해 동안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참고: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462010&memberNo=28148272&vType=VERTICAL더군다나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가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자 우리나라의 영화만이 아닌 외국의 영화도 우리나라에서 상영해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영화가 외국에서 상영될 수도 있다. 이처럼 영화가 한 국가가 아닌 여러 국가에서 상영될 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번역'이다.

 

혹시 외국 영화의 자막판을 보다가 이상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마 번역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오역'이라는 뜻이다. 번역가가 아예 번역을 잘못했을 때, 혹은 번역가가 영화감독이나 작가의 의도를 왜곡하여 이해했을 때 오역이 발생한다. 

 

오역의 사례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가을의 전설'이 있다. 한국판 제목이 '가을의 전설'인 이 영화의 원제는 'Legends of fall'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때 'Fall'은 '가을'이 아닌 '몰락', 혹은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타락의 전설' 정도로 번역해야 적절한 번역이 될 수 있었다. 해석하기에 나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영화의 원작 소설가가 직접 '몰락', '타락'이라는 뜻이라고 밝혀 오역임이 분명해졌다. 또 하나의 예로는 불과 2년 전 오역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졌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있다. 극 중 한 대사인 "We’re in the endgame now."는 "이제 최종 단계야"라는 번역이 더 적절하지만 "이젠 가망이 없어"라고 번역되며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외에도 오역의 사례는 수두룩하고, 물론 반대로 최고의 번역이라 불리는 사례도 있다.(참고: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077600&memberNo=23519771&vType=VERTICAL)

 

그렇다면 최악의 번역 또는 최고의 번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번역가의 언어 능력만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는 언어의 대체성과 관련이 있다. 세상에 완벽히 대체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즉, 모종의 문장을 다른 언어로 완벽히 '똑같이'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다. 가령 '좋아하다'라는 단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like'가 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love', 'be fond of', 'enjoy', 'go for', 'care for'로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어로 이 모든 단어는 똑같이 '좋아하다'라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심지어 몇몇 단어는 아예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있다. 언어는 각 나라의 상황이나 역사 등 총체적인 당국의 맥락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같은 문장이라고 하더라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외국어로 된 편지를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외국 영화의 자막을 쓰는 작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번역할 때는 원작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또 보급하고자 하는 나라의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비로소 정확한 번역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오역을 근절할 방법은 없다. 다만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인데, 그렇게 하려면 최대한 많은 검수 과정이 필요하다. 한 명의 번역가가 아닌 다수의 번역가가 여러 차례 변역 본을 검수하고 맥락에 들어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언어의 대체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번역에 있어서 여러 차례의 점검과 번역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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