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우의 의학 칼럼] 코로나 대유행의 역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수업을 하면서 등교하지 못해 답답한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요즘에 유난히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졌다. 창밖으로 밝은 햇살과 맑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보스턴의 날씨를 보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가 된다. 인터넷으로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해보아도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모두 '보통'이나 '좋음'으로 표시되는 날이 많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 유행으로 사람들이 죽어서 우울한데, 하늘은  화창하고 맑은 날이 많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나는 코로나바이러스 유행과 맑은 날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조사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최근 맑아진 공기와 푸른 하늘이 코로나 대유행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대기오염이 개선되었다는 연구를 발표한 예일대 연구팀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 경제봉쇄 덕분에 대기오염이 개선되어, 미세먼지로 말미암은 조기 사망 환자가 12,125명이 감소하였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 내에서 사망한 3,331명(2020.4.7 기준)보다 많은 수치이다. (참고, https://news.joins.com/article/23742480).역설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말미암은  봉쇄조치가 건강 이득을 가져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자동차 이동이 감소하여 대기오염이 개선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올해 1~3월의 초미세먼지의 농도(24ug/m3)가 작년(33ug/m3)보다 27% 감소하였다(참고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40111013807918) 초미세 먼지는 2.5um이하의  작은 먼지로써 폐 질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며, 심지어 DNA를 손상해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초미세먼지는 여러 질병을 일으켜 사망률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하기로 유명하다.

 

 

작년 봄에는 미세먼지가 심하여 일주일 넘게 맑은 하늘을 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온종일 회색으로 탁해진 학교와 거리를 보면서 이대로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나을까?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지만, 대기오염이 좋아져  질병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바이러스로 사람이 죽는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서 보이지 않지만, 대기오염으로 말미암은 질병 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이 좋을까?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질병이나 재난으로 대기오염이 개선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다. 질병으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의 절규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바람직한 방법은 강력한 환경규제 정책이나  친환경 산업개발을 통하여 대기오염으로 말미암은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기오염 규제정책으로 오래된 디젤자동차의 시내 유입을 금지하고 폐차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최근 개발되어 사용되는 전기자동차들은 화석연료로 주행하는 내연기관보다 대기오염을 덜 일으킨다. 최근 우리나라도 전기자동차의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의료정책과  환경정책 그리고 친환경 산업개발은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발전하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 같은 재난에 의한 대기오염 개선이 아니라, 환경정책이나 친환경 산업개발에 의한 대기오염의 개선이야말로 인류의 재난 없이 질병 사망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의 개발, 태양열 에너지의 연구 등이 우리들의 인생의 꿈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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