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은지의 영화 칼럼]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1950년대의 미국 여성들의 삶

 

 

 

한때 고전 영화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라는 영화도 그때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영화의 OST를 먼저 접했다.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라는 노래였다. 영화의 화려함과 고전적인 느낌에 반한 걸지도 모르겠다. 관람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 기말고사가 끝난 후 보게 되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는 유명한 쇼걸, 로렐라이와 도로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로렐라이는 보석과 돈에 사족을 못 쓰는 허영덩어리 여자이고, 도로시는 어찌 보면 로렐라이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똑똑한 여자이다. 이 영화는 로렐라이와 백만장자의 아들과의 결혼식을 위해 두 쇼걸이 파리로 떠나는 여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담고 있다.

 

백만장자의 아들, 에스몬드의 아버지는 로렐라이가 에스몬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아니면 그의 돈만을 노리고 접근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사립 탐정을 고용해 파리로 가는 배 안에서 로렐라이를 감시하도록 한다. 사립 탐정, 말론은 로렐라이가 다른 남자와 외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에스몬드의 아버지에게 넘기려고 한다. 결국 도로시에게 정체가 발각되고, 우여곡절을 거쳐 로렐라이는 에스몬드와 결혼하게 된다.

 

영화 초반만 보고 이 영화는 그저 눈을 즐겁게 하고 가볍게 관람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로렐라이의 말을 듣고 이 영화가 단순히 가벼운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로렐라이는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순간에는 똑똑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그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죠. (I can be smart when it's important, but most men don't like it)" (인용 출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대사 中) 로렐라이의 허영덩어리의 멍청한 모습과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모습도 결국 1950년대 미국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1950년대 미국 여성은 사회 다양한 방면에서 제약을 겪었다. 그들은 은행 계좌도 만들지 못했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고, 군사학교에 입학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피임약을 먹는 것도 금지되었고, 출산휴가도 가지 못했다. (참고 출처: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610183932o)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들은 과연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1950년대의 미국 사회가 여성들을 대하던 방식을 로렐라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영화가 비꼬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돈을 최우선시하는 로렐라이의 모습은 남자들이 여성의 미모를 밝히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도 느꼈다. 로렐라이는 지독한 현실주의자라고도 생각했다. 그녀는 남자들의 사랑 고백은 허울뿐이라는 것을 진작 깨닫고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노래도 부른다. 하지만 지금은 2020년이다. 우리는 1950년대의 여성들보다는 돈이나 보석보다는 낭만과 사랑을 추구할 여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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