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은지의 영화 칼럼] 현재를 살아가도록 하는 과거의 추억

영화 '나의 소녀시대'

 

'나의 소녀시대'는 대만의 로맨스 영화이다. 중학교 때 이 영화를 한 번 보고 한동안 하이틴 로맨스 영화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본 적 있는 로맨스를 그대로 담아낸 영화이다. 영화를 보기 전 "1994년 대책 없이 용감했던 고딩시절, 유덕화 마누라가 꿈인 평범한 소녀 ‘린전신’과 학교를 주름잡는 비범한 소년 ‘쉬타이위’의 첫사랑 밀어주기 작전." (인용 출처: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2691#story)이라는 영화 줄거리만 보고 진부하고 유치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진부한 스토리를 그렇지 않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다르다. 이번 달 19일에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재개봉을 하니 한 번쯤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는 주인공 '린전신'이 옛날 일기장을 보며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린전신은 어디에나 있던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다른 여고생들과 마찬가지로 인기 배우 유덕화를 좋아하고, 학교 킹카 오우양을 짝사랑하는 여고생.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행운의 편지가 찾아온다. 겁먹은 린전신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의 편지를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오우양을 괴롭히는 쉬타이위의 가방에 넣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를 쉬타이위에게 들키며 그의 셔틀 노릇을 하게 된다.

 

쉬타이위가 인기 많은 여학생, 타오민민을 좋아한다는 것을 린전신에게 들키고, 린전신과 쉬타이위는 서로의 연애 사업을 서로 도와주자고 한다. 그들은 결국 가까운 사이가 되고, 짝사랑하는 상대보다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쉬타이위에게 닥친 사고로 그가 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둘은 헤어지게 되고, 그렇게 끝나는듯 싶었다. 하지만 둘은 유덕화의 콘서트장 앞에서 재회하고, "유덕화가 너를 위해서 노래하게 만들겠어!"(인용 출처: '나의 소녀시대' 대사 中)라는 고등학생 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쉬타이위가 노력해온 것이 밝혀진다. 이처럼 영화는 감동적인 결말로 끝난다.

 

'나의 소녀시대'는 진부하고, 어쩌면 유치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로 전개된다. 평범한 것 같던 여고생의 역변, 평범한 여고생에게 접근한 문제아, 아픈 과거를 지닌 문제아 등 클리셰적인 설정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클리셰가 클래식이라 했던가. 배우들의 출중한 외모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설정들이 어우러져 영화는 진부한 로맨스에서 소위 말하는 '학창 시절 기억 조작 영화'로 바뀐다. 나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한다는 설정이 이에 한몫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 한 개쯤은 가지고 있다. 그것이 로맨스든 아니든, 어른이 되어서 이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는 과거의 추억을 지니고 현재를 살아간다. 린전신은 옛 일기장을 보고 자신이 너무나도 별 볼 일 없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결국 야근 수당, 성과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회사와 담판을 짓고, 성격 나쁜 남자친구와도 헤어진다. 과거의 추억은 현재의 원동력이 되기도, 더 나은 현재를 살아가도록 하기도 한다. 나는 '나의 소녀시대'는 이러한 바를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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