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잘못된 희화화: 조금은 불편할 필요가 있다

 

유머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 나라마다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선호하는 유머가 다르기 때문이다.1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유머의 재료가 되고, 그 양상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특정 유머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바탕에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 사회생활을 통해 형성한 공감대 등이 있는 것이기에, 유머를 보면 그 사회를, 그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추론을 해 보면, 대한민국의 대중매체에서 활용되는 유머 코드를 보면 대한민국 사회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머가 생산되고 있고,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지만, 오늘 주목할 것은 TV에서 사용되는 유머이다. 전통적으로 TV의 유머는 정치권 또는 사회적 불의를 소재로 한 풍자가 주를 이루었다. 미국의 경우, 4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SNL’은 정치적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 강도 높은 풍자와 비판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호이테 쇼 (heute-show)’라는 심야 풍자 프로그램이 따로 있으며, 최근에도 코로나 사재기 사태에 대해 풍자가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개그 프로그램에서 정치 풍자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항상 인기 있는 소재는 아니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개그 형태를 보면 조금 충격적인데, 개그의 대상이 점점 ‘아래’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며, 개그는 유머가 아닌 ‘비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빅리그’라는 개그 프로그램은 한부모 가정 아이에 대한 비하와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고, ‘개그 콘서트’도 여성, 장애인 등의 희화화로 비판을 받았었다.2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유머 소재들도 자주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한 대사 또는 장면이 단순한 개그를 넘어 성희롱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외모, 지능, 체형 등을 소재로 한 개그가 대부분이다. 출연자들을 외모를 가지고 나누며 ‘네가 거기 끼면 안 되지’라고 말하거나, ‘뚱뚱한 사람이~’으로 시작되는 농담을 하는 일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유머를 보면 사회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TV에서 보이는 이런 약자를 향한, 인간을 비하하는 유머를 보면 대한민국 사회는 상당히 이런 문제에 둔감해 보인다. 문제를 제기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은 문제의식조차 못 느끼고 웃기만 한다. 불편함은 느끼지만 ‘다 그러는데 뭐’ 하고 애써 지나치는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낄 필요’가 있다. 대중매체에서 위를 향한 풍자 대신 아래를 향한, 사회적 약자를 향한 비하, 그리고 인격을 모독하는 개그 소재가 계속 활용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정말로 비판해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왜 사회적 약자를, 인간의 다양성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잘못된 개그 소재를 계속해서 활용하는 매체나 예능인들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더 깊게 생각해보면 그들이 그런 개그 코드를 활용하는 이유는 그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며, 대중들이 그것을 보면 웃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의 인식과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까지 불편해하고, 생각해야 하냐고? 조금은 그럴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불편해하고, 문제의식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려 해야 한다. 불편함을 애써 지나치고, 용인하려 한다면 TV는 정말로 바보상자가 되고, 시청자는 그야말로 무지한 대중, 감수성이 없는 대중이 될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틀에 박힌 유머만 생산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웃자고 하는 표현이 우리의 내면에, 사회에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유머가 그 진정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차별하지 않고 소통과 공감과 웃음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한성일, 『유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2.참고: http://www.hani.co.kr/arti/PRINT/740069.html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