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영의 책 칼럼 3] 문명인들의 삶은 가치 있는가

빠빠라기는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들이 백인을 부르는 말입니다.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문명을 마주하고 돌아온 원주민 추장의 문명의 폐해를 자신의 고향 형제들과 원주민들에게 경고하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문명을 바라보는 원주민의 생각은 어떨까요?

 

투이아비 추장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위대한 영혼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전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여 살아가고, 소음이 넘쳐나는 곳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문명에 대한 적나라한 질타가 담긴 그의 연설문은 제게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저를 비롯한 문명인들은 실제로는 자신이 아니라고 부정할지는 몰라도 은연중에는 소음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의 도시의 삶을 자랑스러워하고, 내면보다는 외면에 치중하여 볼 때가 더 많으니까 말입니다. 여전히 투이아비 추장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 티베트고원이나 네팔 원주민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말을 달리다가도 잠시 멈춰 자신의 영혼이 제 속도로 따라오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정신세계는 이미 우리들의 주변에서는 사라진 것입니다.

 

저는 가끔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곤 합니다. 제 주변의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하여금 자신을 성찰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은 입으로는 행복을 부르짖으면서 불행을 자초하며 살아가기도 하며 부끄러운 짓도 합니다. 저 또한 그렇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 전에는 잃어버린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리고 소중하게 여겼던 것을 잃고 나서도 별 하찮은 것으로 더 슬퍼합니다.

 

시간이란 건 젖은 손에 쥐고 있는 젤리와 같습니다. 마치 자기 쪽에서 도리어 저와 거리를 두고 멀어지기를 바라는 듯이 단단히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손에서 빠져나가 버리니 말입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시간이란 게 참 야속하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시간은 금방 끝이 납니다. 빠빠라기는 시간에 따사로운 햇볕 아래의 쉬는 시간도 주지 않습니다. 시간은 언제라도 빠빠라기에게 달라붙어 있어야 합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말을 걸거나, 숨을 쉬는 등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을 좋아하며, 안식을 사랑합니다. 빠빠라기는 시간이 어떠한 것인가를 알지도 못하고, 이해도 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자기들의 무례하고 교양 없는 풍습에 따라서 시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여러 부분들 외에도 추장은 빠빠라기들의 이기주의, 위선, 가식, 물질만능주의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문명인들의 생활 전반을 객관적이고 적나라한 질타를 쏟아냅니다. 추장이 지적했던 많은 것들도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들이지만, 제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때 무작정 앞만 보고 가는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주위를 살피며 쉬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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