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의 인문 칼럼] 허생이 돈을 번 방법은 정당할까

허생전을 읽고나서

허생전을 들어보았는가? 허생전은 조선 시대 실학자였던 박지원의 소설이다. 박지원은 당시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을 썼다. 허생전도 그중 하나이다. 박지원은 과학지식에도 해박하였지만, 조선의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조선은 철저한 유교 중심 사회로, 상공업을 천시하였는데, 박지원을 비롯한 북학파들은 이를 문제로 여기고 이들은 청나라의 신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상이 허생전에 잘 녹아있다. 허생전에서 허생은 글공부를 하는 선비로, 수입이 없어 먹고살기가 힘들었다. 당시에 실용적이지 못하고, 체면만 따지는 양반들의 보편적인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허생은 실용적인 일을 하기 위해 나선다. 여기서 박지원의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상이 반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었다. 지금 허생이 하고 있는 행동이 과연 옳은 행동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허생전에서 허생은 시중의 과일들을 모두 사 모아서 값이 오르길 기다렸다가 훨씬 더 비싼 값으로 되파는 매점매석을 하여서 돈을 벌었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말총과 같은 물건들을 사 모으고 되팔아 많은 양의 돈을 벌었다. 1만 냥의 돈을 갖고 손쉽게 100배를 불린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은 정당하지 않다.

 

매점매석은 물건이 시중에 없어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없는 원리를 이용해 값을 올리는 것인데, 결국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게 다 가지고선 더 비싸게 파는 것이 된다. 즉,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게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인 것이다. 허생전에서 허생 본인이 말했듯이 허생이 돈을 번 방법을 사용하면 그 나라는 결국 망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허생과 같이 나라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불리는 일이 일어난다면,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생이 과일값을 그렇게 많이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공급 즉 과일이 허생에게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만약 정부에서 원래의 가격으로 과일들을 판다면, 허생은 값을 올리지 못할 것 이다.  만약 정부도 과일을 구할 수 없다면 허생에게 비싼 값을 치루고 과일을 사서 백성들에게 싸게 팔아야 한다. 시장에서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제지하고, 통제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당하게 돈을 모으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일을 하고 그 일을 한 만큼 대가를 받으며 돈을 벌면 된다. 허생을 예로 들자면, 짐을 나른다던가, 나라에서 벼슬을 한다던가 하는 일을 하고 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정당하다. 또한 장사를 하여서 돈을 벌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서도, 허생의 경우와 같이 지나치게 높은 값을 불러,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사게 만들게 된다면 그건 정당하지 않다. 정직하게 이윤을 남긴다면 장사도 정당한 방법이다. 

 

이렇게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고, 또 자신도 이렇게 돈을 벌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허생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차피 돈을 쓰지도 않고 바다에 던져버릴 것이었는데 말이다. 또한, 정말 박지원이 이렇게 도덕적이지 못한 허생을 통해 당시의 양반을 비판하려 한 것인지, 오히려 허생을 비판하려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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