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우의 법 칼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갇혀산다면

'동물 복지를 위한' 동물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울타리 속에 갇혀 살아야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밖으로 나가고 싶고,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을 것이다. 이것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사는 현실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야생성을 길들이기 위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목줄에 묶인다. 하지만 외관상의 이유로 ‘인기가 없어진’ 동물들은 부도 직전의 동물원으로 옮겨진다. 대개 부도 위기에 처한 동물원은 그 동물들에게 먹이도 제대로 주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살게 된 동물들은 뼈만 남아 앙상해지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얼마 가지 못하고 죽는다.

 

 

동물원은 언제까지나 동물 복지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당신이 이제까지 가봤던 동물원의 대부분은 동물을 인간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자 2016년 동물원 법이 최초로 통과되었다. 동물원을 일정 기준에 따라 등록하게 하고, 동물원 휴원 또는 폐원 시에는 적절한 조치를 통해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에게 학대를 하지 못하도록 하게 했다. 사실 이 동물원 법은 동물의 복지를 이루기에는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했지만, 동물을 존중할 수 있는 큰 한 걸음의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동물원은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야기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다. 동물원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동물원의 교육적 의미에 대해서도 조금은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철창 속에 갇힌 동물들을 바라보는 것이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동물원이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말 많은 동물이 철창 속에 갇히는 스트레스로 죽는다면 얼마나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는 조금씩 모순적이라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동물원의 여러 기능들이 있기 때문에 폐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적인 부분들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이런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동물들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동물원은 동물과 그들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사람들만 존재하는 곳이 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서울대공원에서는 돌고래들을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고, 돌고래 이야기관을 만들어 교육적 효과는 확대시켰다. 또, 바다라는 진짜 고향에서 살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지켜주었다.

 

 

더 나아가, 코로나19와 함께 언택트 문화가 발달하고, 21세기에 들어서며 디지털 서비스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점들을 이용하여 자연에서 동물들을 살 게 해주고, 최소한의 관리와 지원을 제공하며 영상과 홀로그램 등으로 동물들의 더욱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다면 동물원의 장점은 살리고, 문제점은 보완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오늘의 동물원은 철창 속에 동물들이 들어가 있고, 사람들은 철창 밖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는 모습이다. 동물들이 살아야 하는 곳은 철창 속이 아닌 자연이다. 작가 아이작 싱어는 “동물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은 나치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조금 더 지능이 높다는 이유로 함께 살아가는, 사실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동물을 힘들게 해왔다. 인간을 넘어서 이 세상의 생명을 가진 그 모든 것들이 평등하게 자신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