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사회 칼럼] 집착의 미학

 

 

집착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착 인형을 껴안고 자는 유아기부터 자신의 이상을 향하는 성년기까지, 집착이라는 증상은 분야와 상황을 막론하고 나타난다. 국어사전에서 집착은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1 흔히 서브컬처나 다양한 콘텐츠에서는 집착을 무조건 병적이고 또한 사이코패스(Psycho-path)적인 것으로 일반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집착은 그 정도와 때에 따라 순기능을 갖기도 한다. 필자는 말도 많고 관점도 다양한 집착의 여러 면에 대하여 탐구해 보았다.

 

집착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자면 무슨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강박’이다. 강박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낌.’2 이라는 뜻으로, 압박을 느낀다는 말 자체는 집착과 동떨어지게 느껴질 수 있으나, 우리가 집착한다고 느끼는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A라는 사람이 어떤 일에 집착하게 되어 그 일에 과하게 몰두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어떠한 계기인지는 몰라도 그 일을 하는 것에 스스로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그 책임감이 꼭 공적이고 사회적인 종류의 것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감정이 뇌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집착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책임감은 개인에게 압박의 역할을 하는 기재될 것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강박이라는 개념도 집착의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어떤 물건이나 행위에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에게 그것에 집착한다고 표현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집착에서 파생된 개념에는 바로 완벽주의가 있다. 완벽주의란 심리학적으로 완벽한 성취나 역량을 스스로, 혹은 타인에게 강요받을 경우에 나타나는 인지적 신념을 뜻한다.3 완벽주의는 자신의 신념과 목표를 강하게 원하고 또 성취하려고 갈구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발전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또한 아주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평소에 주위 사람들에게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때때로는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는 하는데, 동력원이 있어서 지쳐도 다시 달릴 힘을 얻을 수 있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동기부여의 측면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필자가 앞서 언급한 집착의 순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완벽주의자가 자신의 일정한 목표나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행동을 했다면, 완벽주의자는 그에 대한 막심한 고통과 후회,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필자도 자신에 대한 실망을 이겨내고 다시 스스로를 믿는 데에 가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기분이 상하겠지만, 원대한 이상과 꿈을 바라보며 집착해 온 완벽주의자에게는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신 상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주의자는 성취감을 얻기도 쉽지만 반대로 정신적인 문제를 얻기도 매우 쉬울 것이다. 실제로, 완벽주의자는 자신이 의존할 사람을 찾고 그 사람에게 불필요할 정도로 복종하고 헌신하는 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11% 이상 높다고 한다.4 의존성 성격장애의 증상도 결국은 과도한 집착에 의한 것처럼 보인다. 집착은 때론 극도로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의 내용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집착은 자신이 집착하는 목표에 최대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물론, 집착의 순기능은 그 집착이 자신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에서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B라는 사람이 프로게이머를 장래 희망으로 삼았다고 가정해보자면, B가 한 게임에 집착해 그 게임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잘하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다면 그것은 집착의 순기능이 발휘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B가 게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가족도, 친구도 소홀히 하고 본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광적이고 부정적인 집착의 결과물을 낳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C가 그 사람에게 집착해 일상생활 속에서 그가 좋아하는 색, 취미, 영화 장르 등을 듣게 되었을 때 소중히 기억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를 소유하겠다는 과도한 집착을 하게 된다면 C 자신과 사랑하는 상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결말로 끝이 날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집착은 또한 ‘적당함’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다른 평범한 것보다 조금 더 어떤 것에 몰입하는 집착이라는 단어와 적당함이라는 단어가 서로 모순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적당함이 없다면 집착은 더 이상 순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좋아하는, 바라는 무언가를 마음에 두고 있는가? 그렇다면 스스로의 동기부여와 성장을 위해 적당한 양의 집착의 미학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s://ko.dict.naver.com/#/entry/koko/69aa388567344117ad8bf018ec35de97

2.인용: https://ko.dict.naver.com/#/entry/koko/34b7fdb04086496e8beaded5058bfda3

3.참고:https://ko.wikipedia.org/wiki/완벽주의

4.참고:https://ko.wikipedia.org/wiki/의존성_인격장애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