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은의 사회 칼럼] 사랑의 길이 25cm

사랑의 길이는 몇 cm일까? 이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다. 사랑의 길이는 25cm다. 그 길이가 가진 의미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대단하기 때문이다.

 


25cm는 암, 백혈병 등으로 머리카락이 빠져 자신감을 잃은 사람에게 가발을 만들어 선물할 수 있도록 기부하는 머리카락의 길이이다. 긴 가발을 만들기 위한 길이이지만, 단발 가발을 원하는 사람도 있어 최소 15cm에서 25cm 이상까지 받는다고 한다. 인조모로도 가발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지만, 치료를 겪으며 약해진 피부가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인모로 가발을 제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카락 기부가 필요한 것이다. 

예전에는 한국 백혈병 어린이재단, 가발 제조 업체 하이모 등등 여러 곳에서 머리카락 기부를 받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모발 관리의 어려움과 가발 제작 회사의 사정으로 캠페인을 중단하였다.1 현재 머리카락 기부를 받는 재단은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어머나 운동본부가 유일하다.

머리카락이 기부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머리카락 기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발 상태이다. 어머나 운동본부에 따르면 '염색과 파마 등 시술을 자주 하지 않아 손상이 심하지 않은 모발' 이어야 가발 제작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있다.2 머리카락 기부 운동을 중단한 재단의 이유 중 하나가 가발로 제작할 수 없는 모발이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란 것을 고려하면 상태가 좋은 모발을 기부하는 것이 올바른 기부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주 수요일, 기부를 목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러 갔다. 중학교 3학년 무렵 한국 백혈병 어린이 재단에 기부 한 이후로 계속 기르던 머리카락은 30cm 언저리였다. 기부할 머리들을 한데 묶어 잘라내자 짧고 편리한 머리를 갖게 되었다. 드러난 목덜미는 바람에 차가웠지만, 누군가 필자의 모발이 섞인 가발로 자신감을 되찾고 행복을 느낄 것을 상상하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며 소중하게 길러온 머리카락 25cm를 잘라 기부하는 행동을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때문에 필자는 사랑의 길이를 묻는 말에 당당히 25cm라고 대답할 것이다. 앞으로 머리카락 기부 캠페인이 얼마나 이어질지, 또 얼마나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이 올바른 방법으로 머리카락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여 건강과 머리카락으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잔잔한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참고 1.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3/2019120300203.html

참고 2http://www.givehair.net/page/gh2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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