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우의 영화 다시보기] 영화를 통해 전해진 1985년의 전율

보헤미안 랩소디(2018): 록스타에서 전설이 된 최고의 프런트맨, 프레디 머큐리를 위해서

 

 

우린 모두 아웃사이더들(Misfits)이고, 세상의 모든 아웃사이더들을 위해 노래하죠. 마음이 쉴 곳 없는 세상에서 외면 받은 사람들을 위해서... 퀸은 바로 그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중 프레디 머큐리의 대사)

 

글쓴이가 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보면서 '즐겁다'라는 느낌을 받은 영화는 매우 많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전율'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동시에 영화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다. 영화관을 가득 채우는 음악과 스크린에서 무대를 장악하는 한 남자를 보면서 '전율'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퀸과 프레디 머큐리 붐을 일으켰던 작품 '보헤미안 랩소디'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매우 독특한 영화이다. 한 인물의 일생과 밴드의 모습을 담은 전기 영화이지만 정작 장면 하나하나마다 시간적 차이는 매우 크고 일정하지 않다. 또한 영화 중반에서는 프레디가 퀸을 탈퇴하는 이유가 멤버들과의 불화라는 식으로 다루어지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외에도 사실과 여럿 다른 부분들이 있는 것을 볼 때 작품에 영화적인 각색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으며,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투박한' 구성을 택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영화 내용은 실제와는 다른 괴리감을 일부 관객들에게 주었다는 점에서 큰 결점으로 인식된다.

 

그런데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객들의 눈앞에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고 한국 문화계를 몇 달간 거의 지배하는 수준까지 보여주었다. 구성이 좋지 않고 전기 영화로서도 결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영화가 가진 또 다른 특성인 음악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어디서 들어봤을 법하고 중장년층 세대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퀸의 음악을 영화 곳곳에 담아서 표현했다. 거기에 '퀸'이라는 밴드 특유의 음악이 가진 매력 자체가 매우 넓고 공격적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작품이 가지게 된 명성과 평가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애초에 퀸의 명곡들이 작곡된 에피소드들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작품에서 음악이 가지는 힘은 절대적이다.

 

특히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서 멤버들과 함께하는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장면은 영화관이 아닌 콘서트에 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강렬하고 공격적이다. 관객들이 가장 큰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역시 이 장면이며, 동시에 프레디라는 인물을 상징하는 장면이자, '퀸'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느낌을 꾸밈없이 표현한다.

 

특히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은 바로 직전 프레디가 에이즈로 인한 시한부 판정을 받아서 좌절하는 부분과 완전히 대조되기에 더욱 그 의미가 강하게 다가온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프레디를 보면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에도 눈물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이 장면은 무대를 가지고 논다는 평가를 받아온 프레디의 숨겨진 모습을 상징하며, 동시에 그의 각성을 의미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엔딩 크레딧의 'Don't stop me now'와 'The show must go on'은 그 클라이맥스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곡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결국 제목 그대로 이런 역경들도 지금 당장 프레디(자신)를 멈출 수 없으며 (Don't stop me now), 만약 자신이 죽더라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것이다. 이 두 곡은 영화를 완벽하게 정리해줄 뿐 아니라 무대에 서고자 하는 프레디의 열망을 관객들 역시 공감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프레디 머큐리의 처절함과 강렬함은 정작 본편이 끝나고 난 후 엔딩 크레딧에서 최종적으로 다뤄지는 것이다.

 

이처럼 결국 '보헤미안 랩소디'는 '사생활 대신 음악으로 나를 평가해 달라.'라고 말한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완벽하게 반영한 작품인 셈이다. 그렇기에 글쓴이는 한편으로 작품이 프레디를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즉, 궁극적으로는 작품 스스로가 '퀸'과 프레디의 모습을 잘 다루지 못한 결점조차도 완벽한 장점으로 바꾸어버린 것이 된다.

 

그렇기에 한 단어로 영화를 표현한다면 오직 '전율'이라는 말로만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영화가 가진 한계조차도 무대라는 전장을 지배한 한 남자의 이야기와 그가 사랑했던 음악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냥 한 사람의 전문가가 되어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그저 콘서트에 온 팬이라는 마음으로 즐기자고 말하고 싶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영화는 그저 '즐기는 것' 하나만으로도 벅차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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