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의 사회/예술 칼럼] 패스트 패션,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제

'패스트 패션'.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본 익숙한 단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브랜드를 꼽자면 ZARA와 H&M 등이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분위기의 옷들을 값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들이다. 언뜻 보면 마치 명품 브랜드 같기도 하다. 홈페이지, 제품뿐 아니라 매장 내 서비스 등까지 '완벽'해 보이기 때문일까, 필자 또한 ZARA와 H&M에서 옷들을 자주 구매하곤 한다. 보장되는 질, 다양한 패션을 구현해볼 수 있다는 점, 홈페이지의 퀄리티, 반품과 환불, 무료배송 서비스까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무 생각 없이 SPA 브랜드 (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옷을 소비하다가,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값도 저렴하고, 서비스 퀄리티도 이렇게나 높은데 적자는커녕 어떻게 인기 브랜드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위키백과에서 이야기하는 패스트 패션의 정의를 보면 바로 이 의문이 해결된다. '패스트 패션이란, 패스트푸드처럼 빨리 음식이 나와 먹을 수 있듯이 최신 유행을 채용하면서 저가에 의류를 짧은 주기로 세계적으로 대량 생산 · 판매하는 패션 상표와 그 업종을 말한다'. (위키백과 '패스트 패션' 인용) 답은 바로 '짧은 주기'에 있다. 어쩌면 패스트 패션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빠른 패션'이라는 이름을 통해 짐작했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보다 약 5배 정도 많은 양의 옷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트랜드의 뒷면에는 무엇이 숨어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값싼 생산비'이다. 생각해보라, 제품의 가격이 쌀 수 있는 까닭은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면서 굳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보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의 가격으로는 브랜드 측의 이윤이 충분하다, 고 생각되는 적정 가격으로 출시하게 된다.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어째서 생산비가 이렇게 저렴할 수 있는가'이다. 

 

패션 산업의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옷장에 걸린 옷들의 태그를 살펴보라. 'made in Korea' 제품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옷은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비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같은 일만 반복하면서 노동력에 따른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아직도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들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노동자들은 하루에 14시간~16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시간 일해야 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던 '빠른 패션', '짧은 주기'와 직결되는 문제다. 패션 브랜드에서 요구하는 출시일까지 제품을 생산해내야 하므로 전 세계로 유통되는 대량의 옷들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한다. 마감일까지 옷을 완성해내기 위해 무리하게 노동하는 것에 대한 항의가 있다면 즉시 그 노동자는 해고당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 일을 하면 얼마를 벌 수 있을까. 그들은 법으로 지정된 최소 수당도 받지 못한 채 일한다.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자를 혹사시키는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는 나라들에서는 사람 한 명이 의식주를 모두 갖추며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돈의 절반만을 벌 수 있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의 문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환경 문제다. 우리가 입는 옷들이 천연 섬유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이 합성 섬유로 되어 있어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된다. 영원히 썩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며, 재활용이 불가하다. 합성 섬유들은 화석 연료로부터 만들어지게 되는데, 버려진 옷들의 85% 정도가 썩지 못한 채 쓰레기 매립장으로 간다. 이 합성 섬유 조각들이 바다로 떠내려가게 되면 바다 표면에 해로운 물질이 떠다닐 뿐 아니라 심해에도 합성 섬유 조각들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수질 오염의 20%는 패션 산업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또, 방글라데시에서는 2200리터의 독성 물질이 강으로 흘러들어온다. 해롭다, 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한 정도다. 합성 섬유가 강을 따라 흐르면 그 독성 물질이 물을 더럽히고 수질 오염뿐 아니라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된다.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환경 문제의 해결책들은 꾸준히 제시되어왔다. 패스트 패션의 반대인 '슬로우 패션'을 주장하며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섬유로 만든 옷을 사거나, 노동 환경 규정이 엄격한 미국, 캐나다 등에서 만들어진 옷을 소비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섬유 산업을 비롯한 패션 산업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문제를 품고 있음에도 우리가 눈을 돌리고 무시하기 쉬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산업화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옷감의 대량생산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산업화 전부터 의식주 중 하나인 '옷'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패스트패션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알고, 많은 이들이 비판하지만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패스트 패션의 해결 방안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위에서 언급했던 실생활에서 문제 해결을 도울 방법을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