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영의 문학 칼럼I] 러시아 문학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매핑 도스토옙스키'

추위의 나라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만나다!

어느덧 2020년을 마무리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이 쌀쌀한 겨울, 세상에서 가장 추운 그곳 - 러시아의 문학을 주제로 한 책을 가져왔다.

 

여러분이 아는 러시아 문학은 무엇이 있는가? <바보 이반>으로 유명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면 <안나 카레리나>? 혹은, '러시아식' 이름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생각나진 않는가?

 

이번에 소개할 책은 도스토옙스키, 그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매핑 도스토옙스키>이다.

 

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책의 저자가 어쩌다가 이 대문호의 흔적을 찾아 떠나게 됐느냐, 그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죄와 벌을 읽고 감명받은 나머지 그 소설의 근원지가 된 곳을 찾았던 게 시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도스토옙스키* (이하 D 라고 칭한다.)의 생가를 찾아보고, 시베리아 기념관도 가보고, D의 기념관을 가다 보니 어느새 그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까지 D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글을 통해 D의 물리적, 정신적 이동을 알아보고자 하였고, D의 소설의 근원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매핑 도스토옙스키'의 출발점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의 여정과 도스토옙스키 문학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 챕터는 48장으로, 이 중에서도 나는 여러분 모두 관심 있을 만한 '절대적인 사랑의 절대적인 확신'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챕터 31장 - '유럽 : 삼십육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D에게는 파벨이라 불리는 아들이 있었다. 첫 번째 부인 마리아가 도스토옙스키와의 결혼 전 낳은 아들이었지만, 그는 마리아가 죽은 후에도 파벨을 성심성의껏 돌보았다. 그러나 D의 진심과는 관계없이 파벨을 점차 삐뚜로 나가기 시작했고, 새엄마 - 안나 - 와 기 싸움도 벌이며 의붓아버지 D의 재산을 독차지하려 하였다. 이에 안나는 건강한 결혼 생활을 위해 파벨과 떨어져 지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D와 함께 유럽 여행을 시작한다. 그들은 여행 동안 유럽 곳곳의 도시를 돌아다니었고, 이 기간은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발산하도록 하였다. 또한 외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과 좋은 교류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안나와의 유대감은 깊어져 갔다. 파벨의 괴롭힘을 피하고자 급하게 떠나 이리저리 방랑하던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D와 안나는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 - 심리적 안정감, 부드러운 태도, 도박 중독의 치료까지.  그들은 그렇게 러시아로 돌아왔다.


하필 왜 이 챕터냐고 묻는다면, 인간 도스토옙스키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 리가 창작한 캐릭터 <스파이더맨>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그에게는 여타 영웅들보다 많은 시련이 찾아왔었기 때문이다. 그를 둘러싼 가족과 연인의 죽음, 영웅과 일반인의 경계를 혼동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 - 이 모든 것들이 그를 괴롭혔다. 스파이더맨은 나약한 영웅이다. 그런데도 이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답기 때문이다. 쉽게 지치고 상처받는 영웅이지만 그는 거미가 아닌 인간이다. 사람들은 그의 이 '인간미'를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챕터를 읽으며 D에 대해 느낀 것도 같은 감정이다. 내게 있어 D란 항상 먼 과거의 인물, 문학책의 작가로만 인식되었지만, 해당 챕터에서는 그가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의붓아들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아내와는 잔잔한 사랑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박을 즐기며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 결국은 끊게 되었지만 - 한 명의 인간이라는 점 말이다. 그의 도피 여행을 통해 나는 D가 단순하게 옛날 사람이 아니라 "살아 숨 쉬던" 인물이라는 점을 자각했다. 그렇기에 매우 인상 깊은 챕터였다.

 

<매핑 도스토옙스키>의 저자는 D를 존경하는 작가, 좋아하는 작가의 틀로만 포장하지 않는다. 그는 사람으로서의 D를 조사하고 찾으려 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진짜 이유이다. 단 한 명이라도 그를 이런 식으로 기억한다면, D는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도 가기 힘든 요즘이다. 모두 러시아를 탐방하며 쓰인 <매핑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옛 문호의 인생을 느껴보며 기분 전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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