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우의 사회 칼럼 2] 황제노역과 노역법 개정 제안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벌금형을 내렸을 때 만약 피고인이 벌금을 낼 수 없는 형편 또는 어떠한 이유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노역을 통해 이를 납부하게 된다. 이에 대한 내용은 우리나라 형법 제 70조 노역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노역법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있기에 이에 대해 탐구해보고, 개정 제안을 하고자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다.

 

‘황제노역’ 이란 벌금을 모두 납부하지 못해 일정기간 노역을 하게 될 때, 하루 동안 갚는 벌금의 액수가 큰 경우를 의미한다. 주로 일당 10만원 이상의 노역을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뜻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전 대주그룹 회장 허재호 사건이 있다. 2014년 약 400억 원대 세금 및 벌금을 미납한 후, “벌금 낼 돈이 없다”라고 하며 49일 간의 노역을 통해 모두 청산했다. 이는 하루 일당 5억의 노역이다.1

 

우리나라 형법 제 70조는 노역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①벌금 또는 과료를 선고할 때에는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 ② 선고하는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형법 제 70조, 노역법)

 

세부적으로 1번의 경우, 재판 결과 선고 때 정확한 노역 기간을 함께 선고하게 되어 있으며, 2번의 경우, 유치기간의 하한이 존재한다. 실질 노역장 유치기간은 형법 제 69조 2항에 의해 총 1095일, 즉 약 3년의 기간이다. 주로 1억 원 이상~5억 원 미만일 경우 300일 이상 노역을 해 하루 당 약 100만원, 5억 원 이상~50억 원 미만인 경우 500일 노역을 해 약 326만원, 50억 원 이상인 경우 1,000일 이상 노역을 해 약 1,068만 원을 일일 노역 평균 일당으로 본다. 결국 미납 세금 및 벌금이 많을수록 하루 노역 일당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법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현상인데, 우리나라 최저 임금이 4월 29일 기준 8,720원 임을 고려해 보았을 때 성실한 납세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볼 수 있다. 이렇게 오용되고 있는 노역법을 개정하고자 한 노력은 존재했다. 2016년 국회에서 이석현 의원은 노역장 유치기간을 약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2.

 

이러한 일명 '황제노역' 사건에 대해 다루면서 우려되는 점은 이 칼럼이 사법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법안은 형평성의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누군가는 30년동안 매달 50만원을 저축해도 얻을 수 없는 돈을 단지 하루당 약 100만원의 노역을 하면서 약 300일동안 모을 수 있는 것은 분명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사실만을 가지고 여론몰이를 하여 사법계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왜 과연 사법부는 이러한 판결을 내렸는지 그 양형 심리를 판단하고 개정된 법안을 도출해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원은 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조세포탈을 시도하고 이를 은폐하고자 했으나, 고발 전 자수서를 제출했고, 벌금 납부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기에 노역으로 벌금을 탕감받을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한다3. 노역으로 탕감받을 기회를 부여한 것도 황제노역 사태가 발생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벌금 납부 능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단순히 노역만으로 모든 벌금을 탕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형법 제 70조를 이렇게 수정하고자 한다.

 

② 선고하는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하여야 하고, 노역 이후에도 벌금의 일정량을 10년 내로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개정하고자 하는 이유는 노역장 유치 제도가 악용되여 의도적인 벌금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고, 개정안에서 노역 대상의 재력 등을 고려하는 것은 이 법이 원래 사회,법적 약자 보호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에 적용해 본다면, 부가세 206억을 탈세한 고비철 도소매 업자 김씨는 실제로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한 595억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4, 개정안이 실현된다면 노역 후에서 10년 내로 약 200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노역법의 문제였던 재력 있는 사람들의 의도적인 벌금 미납을 막을 수 있다. 2016년 벌금, 과태료, 과징금 등의 예산액이 3조 5285억 원이었지만, 징수액은 83%인 2조 9451억 원이었다고 한다5. 개정법을 통해서는 정부의 재정 운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형평성을 전보다 더욱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1. 참고 : 황제노역’ 허재호, 세금 63억 안 낸 채 외국서 ‘호화생활’, 2019.10.10., 한겨례 정대하 기자 http://m.hani.co.kr/arti/area/honam/912649.html 

2. 참고 : 신영대 "황제노역 그만…노역장 유치 기간 7년" 법안 발의 , 2020.07.22. 연합뉴스 강민경기자 https://www.yna.co.kr/view/AKR20200722132900001)

3. “참고 : 이른바 황제노역 사건의 형사재판 실무상의 문제점, 광주전남지부 김상훈 회원

4. 인용 : 2016 조세포탈범 명단, 국세청)

5. 인용 : 서민 불황의 그늘...‘벌금 대신 노역장’ 올 5만명 넘을 듯, 2017.09.22., 한국경제 김주완기자,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7092259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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