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민의 사회 칼럼] 현대판 아이히만과 악의 평범성

인간이 악한 행동을 많이 한다고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왜 선한 행동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일삼는 것일까요? 바로 그 행동이 악하다고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철학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저지르는 악을 ‘악의 평범성’이라고 명명합니다. 우리 사회의 악의 평범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최근 평택항의 화물 컨테이너에서 작업을 진행하다 300kg의 철판에 깔려 청년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무거운 철판이 넘어가자 119에 신고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으나, 윗선에 보고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사람들도 존재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들 중 통화를 하며 윗선이 지시하는 대로 인원수를 체크하는 등 부가적인 일을 중심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1

 

 

이러한 모습들은 수십 년 전 나치의 아돌프 아이히만과 닮아있습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 박해, 홀로코스트의 책임자입니다.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사법부로부터 받은 재판은 유명합니다. 재판의 유명세는 그의 악행뿐만 아니라 그가 보여준 태도에서 나왔습니다. 자신은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결백함을 주장한 아이히만의 태도는 수많은 사람들을 당황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아이히만의 정신 상태 검사도 지극히 정상으로 나오며 의문을 가중시켰습니다.

 

아이히만의 행동은 ‘악의 평범성’에서 나옵니다.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악함을 깨닫지 못한 채 악한 행동을 저지르는 이들 모두 악의 평범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사례들에서 왜 윗선을 119보다 우선하는 것과 탑승자를 구조하지 않고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세태 모두 삶 속에서 행하는 악입니다.

 

악의 평범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비판 없이 그저 명령이나 사회 분위기를 따르기만 하면 안됩니다. 비판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한 후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밀그램 실험으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밀그램은 권위에 대한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하고자 상대에게 450볼트 정도의 전압을 올리라고 명령했습니다. 65%에 이르는 참여자가 전압을 올렸습니다.2 실제로 상대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지만, 이 실험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꾸준한 노력과 성찰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해결해나가고 ‘평범한 선’을 실천해야 합니다. 악으로 가득 차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인식하고, 만약 옳지 않은 자세라면 고치고 선한 행동을 해야 하길 바랍니다.

 

각주

1.참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478
2.참고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112353&memberNo=39007078&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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