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원의 문화재 칼럼] 우리가 다 알지 못한 문화재의 이야기

오래전부터 기록되어왔던 역사적 사실에 증거물로서 신빙성을 높이는 문화재는 현재까지도 본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재료로 견고하게 만들어도 여러 환경 혹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금방 부식되고 망가질 수밖에 없다. 대체 문화재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가?

 

내가 이 칼럼을 작성하는 이유는 문화재가 자연 혹은 과학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문화재 보존법과 복원법을 연구하는 ‘보존과학’이라는 학문이 발굴된 유물1을 위해 사용되고 있고, 자연이라는 범주 안에 문화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옛 선조들은 현대의 과학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전통 기술을 이용해 문화재를 만들었으며, 이는 오늘날 영원히 보존할 만한 가치를 가진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는가? 아마 7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완벽한 목판본으로 남아 있는 ‘팔만대장경’2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보이자 문화유산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를 보관하는 `장경판전’은 자세히 모를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장경만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인사의 장경판전은 1955년, 진흙 기와를 구리 기와로 바꾸고 1972년에는 건물을 콘크리트로 지으면서 건물 내 습도와 온도가 변해 목판이 변형되고 뒤틀리게 되었다. 보수 공사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심지어 해인사는 주변보다 습도가 높아 대장경을 보존하기에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장경판전은 해인사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자연환기가 되고, 남쪽 건물인 ‘수다라장’과 북쪽 건물인 ‘법보전’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경판에 한 번씩 햇빛이 골고루 비쳐 목판의 최적화된 온도로 맞춰준다. 또한, 장경판전의 살창은 위아래의 크기가 서로 다르며, 앞면과 뒷면을 반대로 배치하여 자연적인 통풍과 환기를 할 수 있다.3 즉, 건물을 외관상 보기 좋게 만든 것이 아닌 오직 팔만대장경을 오랫동안 완벽하게 보존하기 위해 해인사 주변 지형과 기후의 특성을 이용하여 세운 것이다.

 

물론 정부가 팔만대장경을 더 오래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장경판전 일부분을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화재가 본래의 모습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와 원리를 먼저 연구한 후에 진행했다면 덜 훼손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문화재 복원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최대한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문화재 전체를 모두 `복원`하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을 첫째로 하며, 복원이 꼭 필요한 상태라면 여러 전문가의 분석에 따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모든 문화재는 나라의 미래자본이자 역사적인 자산과 같다. 대한민국이 지금의 문화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지금까지 국가와 국민이 함께 보호해온 문화재라고 생각한다. 단지 교과서 속 남은 빈자리를 채워주는 당연한 자료만으로 여겨지면 안 된다. 선사시대부터 현시대까지 살아오면서 모든 역사를 자세하게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없고, 조그마한 종이 한 장만으로 역사가 달라지는 것처럼 문화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장경판전’의 사례와 같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써 잘 관리하여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문화재를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바꿔나가는 것보다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각주

1. 인용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638517&cid=43065&categoryId=43065

2. 인용 : https://www.hc.go.kr/06572/06700/06763.web

3. 인용 : https://www.sciencetimes.co.kr/news/600년-팔만대장경-보전한-비결/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