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윤의 독서 칼럼] 세대차이, 사실 그런 건 없다는데

노희경의 원작소설 '디어 마이 프렌즈' (북로그컴퍼니)

최근 오스카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신 배우 윤여정 님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셨으며, 동양권에서 이제까지 수상한 사람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 안에 당당히 자리하셨다. 대중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어느 젊은 배우라도 굉장한 찬사를 받았을 텐데, 대중들이 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70대이시라는 것이다.

 

보통 노인은 자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양해야 할 존재로 많은 젊은이에게 여겨진다. 하지만 노년의 배우이신 윤여정 님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노인은 그런 짐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똑같은 사람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인생의 지혜가 있으신 분들이다. 또 젊은이들에게만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청춘, 노인들에게는 다 지나간 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 작가 노희경의 원작 소설인 ‘디어 마이 프렌즈’를 읽어본다면 젊은이와 같은 청춘을 그들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의 줄거리는 노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신선하게도 등장인물이 거의 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30대인 어느 여성 작가와 그녀의 엄마, 엄마의 친구들 등등의 인물들이 마치 마인드맵처럼 연결되어 흥미진진하게 나타난다. 마치 청춘 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것과 같이 설레고, 마음 아프고, 웃음이 나는 일들이 벌어진다. 여성 작가와 엄마 간의 갈등과 엄마와 엄마 친구 간의 갈등, 엄마 친구와 그의 친구와의 갈등들이 얽히고 얽혀서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나는 읽는 도중에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읽고 있는 부분, 등장인물들이 갈등을 겪거나 행복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에서 그 장면의 등장인물이 노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할머니가 동창이었던 할아버지에게 마음이 흔들려서 잘 보이기 위해 애썼는데 헛수고로 돌아가니까 화를 내는 모습, 힘이 넘치는 10대 아이들같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며 노인이라고 다른 것이 하나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더 깊게 생각해보았던 것은, 이제 ‘세대 차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 10대 청소년과 70대 할머니가 대화할 때는 세대 간의 차이 때문에 소통이 잘 안 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10대가 살아가는 신식 문명의 세상과 70대 할머니가 살아가시는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세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같다. 청년층이 노인층을 이해하지 않고, 노인층도 청년층을 이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세대 차이라는 말로 단절을 시켜놓은 것일 뿐이다. 사람이 느끼는 행복한 감정, 부정적인 감정, 사랑의 감정 등등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느끼는 같은 감정이다. 각자가 살아왔던 세대와 시기는 다를지라도 같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인생을 공감해보려고 한다. 전에도 어느 정도의 공감은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훈계의 말씀으로 듣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생의 어떠한 순간에 어떠한 감정을 느끼셨는지, 지금은 어떠신지 등등을 여쭤보며 같이 공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노인이라고 어린이라고 청년이라고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세대 간의 차이를 허물고 같이 공감하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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