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5] 런던에서 영원히 기억될 화이트 하트 레인


화이트 하트 레인, 그 숭고한 이름은 118년 전부터 런던 팬들의 마음속에 존재했다. 조그만 길 위에서 시작된 처음부터 대규모 경기장 이 된 지금까지 한결같이 말이다. 그리고 2017년, 화이트 하트 레인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팬들에게 보답하듯이 그의 흔적을 씻고 새로운 ‘뉴’ 화이트 하트 레인으로 재탄생한다. 모든 구장이 그렇게 헤어지듯, 팬들은 씻겨진 그들의 흔적들을 간직하며 그들만이 소유한 구장에서의 추억을 회고한다. 추억, 각기 다른 회고된 추억의 집합은 역사이다. 팬들의 마음에 그대로 새겨진 화이트 하트 레인의 소중한 역사, 위대한 마지막과 웅장한 시작을 장식한 그들의 역사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화이트 하트 레인의 시작


화이트 하트 레인의 시작은 조그만 길 하나였다. 1899년이 되기도 전에 아치 볼드리치는 런던의 수많은 길 중 하나인 하이 로드에 축구를 위한 경기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장을 건설하기엔 조금 비싼 하이 로드의 땅값은 그에게 부담스러웠고, 결국 그는 하이 로드의 바로 건너편, 땅값이 조금 더 싼 레인에 경기장을 지었다. 만약 1890년대의 지가에 변동이 있었다면, 지금의 화이트 하트 레인은 처음 이름인 하이로드 그라운드였을지도 모른다. 볼드리치는 화이트 하트 레인의 건축을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1899년, 118년간 이어질 숭고한 경기장이 건설되었다.


                                 


첫 경기에서 펜스를 세우기까지


곧 오랜 역사를 가지게 될, 아름답고 젊은 더 레인에서의 의미 있는 첫 경기는 1899년 11월 4일 노츠 카운티와의 경기였다. 그 경기 후에 토트넘은 시즌에 시즌을 거듭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개장 후 10년이 지난 1909~1910시즌에 낡은 구조들을 재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때 토트넘의 상징과도 같은 닭 모형이 화이트 하트 레인에 제작되었다. 현재 동쪽 스탠드에 자리한 이 모형은 서쪽 스탠드에서 1958년에 옮겨졌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1909년의 재개발은 얼마 못 가 ‘재건’ 이라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1914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종전 후, 화이트 하트 레인은 처참하게 손상되었고 재개발로 시작한 공사는 거의 경기장을 다시 짓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우여곡절이었던 경기장 재건을 마친 뒤에, 토트넘과 화이트 하트 레인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1989년 전까지 보수공사 외에는 큰 공사를 하지 않으며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것이다. 그러나 1989년에 리버풀-노팅엄 포레스트 경기 중 수많은 관중에 리버풀팬 96명이 압사한 ‘힐즈버러 참사 이후, 화이트 하트 레인은 관중석에 펜스를 세웠으며, 모든 자리를 좌식으로 바꿨다.


화이트 하트 레인의 일탈


‘힐즈버러 참사’에 의한 공사 후에, 화이트 하트 레인은 2000년대까지 거의 보수를 하지 않았다. 가장 건강했던 경기장 상태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1989~2000년 사이에 화이트 하트 레인의 일탈과도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화이트 하트 레인이 브루노와 버그너의 경기를 위한 복싱 경기장이 된 것뿐만 아니라, 1995~1996시즌 영국 미식축구팀인 런던 모나치스의 홈구장이 되기도 한 것이다. 현재 다른 구장들이 콘서트장 등으로 사용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특이한 경력이다.

 

영원히 회자될 더 레인


그리고 시간은 흘러, 아득했지만 빨랐던 118년이 흘러 올해 514,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맨유와의 마지막 홈 경기가 치뤄졌다. 승리로 장식된 구장의 마지막 발걸음에 더 레인의 토트넘 팬들과 많은 세월을 함께한 EPL의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들의 긴밀하고 오래된 추억들을 대를 이어 들려주기 위해 몇몇 팬들은 구장의 부속물을 뜯어 가기도 했다. 수많은 팬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화이트 하트 레인이 선택한 마지막이었다. 그 아름답고도 숭고한 마지막, 자신들의 구장의 마지막을 런던 팬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화이트 하트 레인, 그 숭고한 이름은 118년 전부터 런던 팬들의 마음속에 존재했다.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는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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