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인, 가장 빛나는 나를 찾다

퇴고 학생들만의 토크쇼 '불타는 청춘'.. 여행작가 '안시내', 그녀의 진솔한 열정강의




2017년 7월 19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 고등학교에서 제6차 제2 외국어 진로특강이 진행됐다. ‘제2외국어진로특강’은 학생들이 강사 초청부터 행사 진행까지 자치적으로 추진하는 차별화된 행사이다. 


행사는 총 이틀 동안에 걸쳐 이루어졌다. 첫째 날 1부는 ‘청춘들의 사이다 같은 토크쇼 – 불타는 청춘’이라는 주제로 퇴계원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박세영, 김지원, 박소은, 김민영 학생) 들은 열정적인 강의를 펼쳤다. 이를 지켜보며 많은 학생은 자신의 진로와 학교생활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2부 행사에는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의 저자 안시내 작가님이 초청되어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나는..’ 라는 주제로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베스트셀러 여행가가 되기까지 그녀의 깊숙한 인생이야기와 현실적인 조언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였다. 안시내 작가님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강연 내내 폭풍 리액션으로 응답했던 학생들과, 자신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와 조언을 꾸밈없이 들려주셨던 작가님, 둘 사이의 환상적인 호흡이 맞추어졌던 그 순간을 공개한다.

하나, 가난, 그 속에서의 나.
 
그녀의 어린 시절은 가난, 그 자체였다. 이복오빠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던 그녀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못했다. 그녀도 어렸을 때는 자신의 가난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자신의 가난을 인식하고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이후 새 출발을 위해서 떠났던 서울에서, 그녀는 가난한 생활이 부끄러워 친구들을, 그리고 자신을 속이며 살았다. 고등학교 3학년 어머니의 암으로 가정 형편이 더 변변치 않아졌다. 20살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던 인생도 그대로였다. 그녀는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베이비시터, 그림 그려서 팔기, 은행 아르바이트, 카페 아르바이트 등 그런 그녀에게 찾아 온 건 어머니의 암 재발이었다. 그녀는 암이 재발해서 화가 난 게 아니고 돈이 아까워서 울음이 났다. 안시내 작가가 말했다. “저는 엄마한테 못된 딸이었어요.” 이 한 마디로 강연장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둘, 여행자, 안시내.

안시내 작가는 그렇게 성인, 즉 20살에 접어들게 되었다. 20살의 안시내 작가는 1년의 시간 동안 만큼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김종욱 찾기’라는 영화를 보게 되고, 자신의 ‘하고 싶은 것’ 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무작정 어머니께 “나 김종욱 찾고 올게”라는 말을 남기며, 훌쩍 인도로 떠나게 된다.

그녀의 여행은 큰 모험이자 정말 무모함 그 자체였다. 여자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물론, “하이”라고 말을 걸면 “바이”라고 말할 정도의 극심한 영어 울렁증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을 한 안시내 작가를 누군가가 질투해서였을까. 부푼 희망을 안고 떠난 여행 중 그녀가 겪었던 첫 번째 고난은 바로 ‘성추행’이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작가의 발언에 많은 학생이 충격을 받은 듯했었다. 하지만 안시내 작가는 그런 학생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매우 태연히 사건의 배경을 이야기해 주었다. 사건은 작가님이  ‘김종욱 찾기’의 임민정이 방문해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 스카프 가게에 방문하였을 때 일어났던 것이었다. 이미 수차례 방문했던 탓에 사장과 친해지기까지 했을 무렵 한 점원이 스카프를 매준다는 핑계로 안시내 작가를 성추행하였고, 평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안시내 작가는 그 자리에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가게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복수심이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다음 날  다시 매장에 찾아가, 점원에게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어제의 일을 불평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에게 돌아왔던 것은 가게안사람들의 비웃음뿐 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한번 어눌한 영어로 ‘내가 이 사건을 블로그에 올려서 한국 사람들이 오지 못하게 할 거야.’ 라는 말을 내뱉자 분위기는 달라졌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밤 자신의 소극적인 행동으로 ‘모든 한국 여성은 순종적이다’라고 생각될까 걱정돼 뒤져 가며 찾은 “네가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으면 좋겠어.” 라는 인도어를 그 사람의 얼굴에 소리치며 경찰에 신고하였다고 한다. 그 후 경찰이 와서 이 사건을 해결하고 그 직원은 해고되었다고 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안시내 작가는 깨달았다고 한다. 한 번의 노력으로 매우 소극적이었던 자신이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어떤 벽이라도 자신은 부실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셋, 나를 찾아서.

“기차역에서 만난 저와 동갑인 아이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 한 달에 8만 원을 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녀의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강연 중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였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2018년 우리나라의 최저시급인 7,530원으로 11시간만 일해도, 8만원 보다는 훨씬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그들의 빈곤함이 더욱 살에 와 닿았다. 그러한 빈곤한 상황들이 아이들을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학교는커녕 항상 일감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어린 나이에 다른 집에 팔려가기도 하는 그 아이들에게 꿈이라는 것은 어쩌면 너무 멀고 아득한 존재였다. 이런 아이들을 보며 안시내 작가는, 가난을 부끄러워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그녀를 반성의 시간으로 이끈 한 사람이 더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은 바로 샌느 강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였다. 그 화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안시내 작가는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너는 꿈이 뭐야?’라고 그에게 물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무슨 꿈을 말하는 거야?” 그녀는 다시 한번 대답하며 질문했다. “고흐처럼 유명한 화가가 된다거나 하는 꿈 없어?”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이 원하던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금 자신의 인식을 반성할 수 있었다. 그녀를 반성의 시간으로 몰아넣은 대답은 “나는 행복할 만큼 돈을 가지고 있어. 내가 그림을 그리는 저 다리 위에서는 내가 제일 유명해. 나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야.”이라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이제부터는 자신의 민 얼굴로 세상을 마주하기로 결심 한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기 시작하고,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남김없이 하게 된다. 그들은 그녀가 멋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야 나를 드러내는 게 창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 거짓으로 범벅된 자신의 과거를 모두 털어놓고 고백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그녀는 출판사에 제의하여 책을 출판하고자 하나 거절당한다. 처음 보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게 된 그녀는 생각보다 많은 책을 판매하게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넷, 악바리, 안시내,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는 당연히 유명세라는 양날의 검이 달려온다. 안시내 작가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가 명성을 얻고 난 뒤에 중앙일보에서 그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녀의 인터뷰가 인터넷에도 기고된 후에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큰 충격과 위협에 휩싸였다. 그 이유는 ‘악플’이었다. 그녀에게 입에도 담기 어려울 정도의 비난과 유언비어 댓글이 달리는 것도 모자라 그녀의 어머니 연락처까지 알아내어, 딸 관리 잘하라는 등,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악바리’ 성격 덕에 그녀는 수많을 악플을 받으면서도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악바리’ 성격은 그녀가 킬리만자로를 등반하였을 때에도 드러난다. 그녀는 한 흑인 친구와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인 해발고도 5,900m 킬리만자로를 오르게 된다. 초반에 그녀는 흑인 친구에게 자신이 그동안 자신이 이겨낸 고난과 극복 이야기를 해주면서 킬리만자로를 오른다. 그러나 그녀가 5,600m쯤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고산병으로 인해 더 이상 산을 오르지 못하겠다고, 포기하자고 흑인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흑인 친구는 그녀에게 내려가자는 말 대신 “너 그렇게 약한 애 아니라며 너 그렇게 강하게 살아왔으면서 왜 못 버텨”라는 말을 해준다. 그 한마디가 그녀가 고난과 역경을 이기며 살아오게 해준 ‘악바리’ 근성을 다시 한번 깨워준다. 결국, 그녀는 5900m 킬리만자로를 거의 기어서 등반에 성공한다. 그녀는 현재에도 학업과 여행을 번갈아 가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책을 판매한 돈으로 기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 한마디

“사람은 누구나 어떤 일을 하든 후회를 하게 되어있어요.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를 바라요. 그리고 가장 예쁜 나이에 1년 정도는 꼭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길 바랄게요. 자신이 어떤 배경에 있든 그 배경으로는 사람을 평가할 수 없어요. 그러니 자신을 창피해하지 말고 자신을 아끼며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바랄게요.” 

안시내 작가님이 강연을 열심히 들어준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건낸 말이다. 이 짧은 문장으로 학생들은 많을 것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이제는 100세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 거의 확정적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단 1년만큼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으면 한다는 안시내 작가님의 간절한 목소리와 함께 강연은 끝이 났다. 많은 학생은 자신이 강연을 통해 느낀 만큼의 큰 박수 소리와 함께 강연의 마지막을 꾸며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2017년 7월 20일. 무더운 여름을 겨냥한 공포 컨셉의 소감문 발표대회가 개최되었다. ‘소감문 주인공은 너야 너!’라는 행사 이름 아래 전날 있었던 강연을 주제로 약 20명의 학생이 자신의 느낀 점, 소감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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