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이의 엔터테인먼트 칼럼 7] 현재의 게임 등급제와 다가올 게임 자체등급제

 

판타지 만화 ‘리니지’를 원작으로 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NC소프트의 리니지M과 넷마블의 레볼루션. 두 게임은 등급도 같을까? 우선 NC소프트는 리니지M을 청소년 이용 불가 버전과 12세 이용가 버전으로 2개를 내놓았고, 넷마블은 레볼루션이 청소년 이용 불가등급을 받자 내용을 수정해서 15세 이용가로 바꿨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유료재화를 이용한 아이템거래는 앞으로도 청소년 불가 등급이 될 거라고 밝혔다.

 

우선 NC소프트의 리니지M의 경우를 보자. 게임위는 ‘거래소’를 아이템거래 중개사이트를 모사했다고 봤다. 그러자 NC소프트는 거래소 기능을 없앤 리니지M 12세 이용가 버전을 내놓았다. 애플 앱스토어는 정책상 12세 이용가 버전만 제공하고 있어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다운받은 유저의 불만이 있는 편이다.

 

넷마블의 경우 리니지M과 마찬가지로 거래소 기능이 사행성이 있다는 지적으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자 넷마블은 돈을 내고 사는 블루다이아 대신 게임을 해서만 얻을 수 있는 그린다이아로 내용을 바꿔 재심을 신청했고, 청소년 사행성 조장 기준을 만족하게 해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사실 ‘거래소’ 기능은 사행성 조장과 과다 소비, 과이용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레볼루션이나 특히 리니지 게임에서는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그 게임 고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위는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 행위 등의 모사 등 5가지로 게임을 판단하여 전체 등급, 12세 이용가 등급, 15세 이용가 등급,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의 4사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사실 이러한 등급은 위의 사례처럼 게임사의 의사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앱을 통한 모바일 게임은 업계 스스로가 게임 등급을 매기고 정부는 사후 관리만 해왔다. 게임위는 이러한 게임물 자체등급분류제도를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온라인, 콘솔 게임, VR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 2011년 개임법 개정으로 사전등급 분류가 어려운 오픈마켓 게임에 대해 사업자가 게임위와 협의한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던 것의 적용 범위를 넓혀 다른 플랫폼에도 적용하고 민간기업이 등급분류를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와는 달리 구글과 애플의 비협조로 애초의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명확한 판단 기준과 게임위의 모니터링 인력 부족 등이 문제가 되어왔고, 특히 게임 개발사의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기존에 게임위가 하던 일과 비용을 고스란히 업체가 떠안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더더욱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게임 자체등급분류제가 시행될 경우 국제등급분류기구연합(IARC)에 가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 역시 게임위가 주축이 되어 IARC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도 회원으로 가입해 IARC의 분류 시스템을 쓰고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한국이 IACT 가입하게 되면 게임 개발자들이 등급분류에 대한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비협조적이고 게임위의 권고를 무시하기 일쑤였던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사업자들도 게임위가 내린 결론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게임위가 지나치게 큰 힘을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게임도 하나의 사업이고 산업인데 아직도 게임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그래서 게임은 규제를 해야만 하는 것이고 등급을 매겨 분류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이 하나의 문화산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직 판단력이 제대로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올바른 기준으로 분류된 게임을 안전하게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도 부모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칼럼소개 :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칼럼을 씁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