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토론-[판타스틱걸]

'진정한 행복'을 정의할 수 있을까

나와 또 다른 나와의 갈등


-판타스틱 걸(저자 김혜정) / 작성자 : 김연서

   

책장 넘기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17세의 오예슬과 27세의 오예슬 사이의 갈등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주인공 오예슬이 미래에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과 꿈이 허황되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의 분노와 충돌하는 것은 흥미롭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최고의 모델이 되어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미래 모습과는 달리 한없이 볼품없어져 그토록 싫어 했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실제 자신의 미래 모습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 달래가며 바꿔가려 노력하는 17 오예슬.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27살의 오예슬. 비록 같은 사람이지만 이들이 서로를 더욱 알아가고 현재 자신들에게 맞는 자리와 역할을 찾아가는 유쾌한 성장 소설이다.


이 책은 십대와 이십대, 다르다면 다르고 같다면 같을 수도 있는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하나의 실과 같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자신의 멋진 미래를 꿈꾸고 노력하는 십대, 현재의 자신과 심지어 과거의 자신에게 스스로 상처를 주고 있는 이십대에 하나의 빛이 되어주고자 그 과정을 어떻게 극복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재해석해보려한다.


1. 과거의 '나'와 현재의 '너', 그 연결고리

1) 미래가 나의 상상을 저버린다면

왜 미래의 나는 모델이 되지 않았을까. 왜 미래의 나는 이렇게 볼품없어졌을까. 왜 미래의 나는 원치도 않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모든 것이 '왜'와 불만 투성이.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예요? 어쩜 ……[중략]……내가 어떻게 관리한 몸인데? 과자, 초콜릿도 하나 안 먹고, 저녁마다 샐러드 먹으면서 관리했던 거라고요! 알잖아요! 근데 지금은 이게 뭐야?"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p77

"왜 내가 이런 벌을 받아야 해? 망가진 나를 보는 것처럼 끔찍한 게 또 어딨어? 정말 너무해!" 여자애는 울면서 계속 소리쳤다. ……[중략]……또다시 나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늘 이 모양이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사람은 항상 나였다. 이젠 현재의 나에게 상처 주는 것까지 모자라, 과거에서 찾아온 나에게까지 상처를 주고 있다. 계속 같은 자리를 다치면 어느 샌가 상처가 무뎌질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상처가 아물을 사이도 없이 같은 자리에 도 상처를 내기에, 상처는 절대 아물 수가 없다. -p173~174

자신의 꿈과 희망을 한 순간에 저버린 내가 보는 '나'. 혹독하게 나 자신을 끊임없이 갈구고 목표를 위해 할 만큼 노력해가고 있던 그 순간 '나'는 나에게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내가 정말 그렇게 나를 혹사시켰던 것은 나 자신을 위한 '행복'이라 할 수 있었을까?

 

2) 과거에서 왔다는 '나', 너가 무얼 알아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이십대, 너무 힘들고 나의 정체성에 의심을 갖게 되는 시기.

-이십대는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때는 그 고민을 왜 힘들게만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한동안 방황했어요. ……[중략] ……그렇게 다시 시작했어요. 스물일곱. 가장 힘들었던 시기.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고 하죠? ……[중략]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죠. 하지만 힘든 시기는 고통의 시간이 아닌, 자신을 더 단련시키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 p200~201

어렸을적의 '나' 오예슬의 조언을 받으며 오히려 한층 더 성장하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2. 진정한 '행복'을 표현해봐

-"좋잖아요. 사람들이 다 나만 바라보고, 나를 최고라고 해주면요." " 그러면 넌 다른 사람들 때문에 모델이 되고 싶은 거야? 다른 사람들한테 잘 보이려고? 그게 진짜로 네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중략]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 모델이 되려는 거잖아. 네가 좋으려고 하는 거잖아. 너, 그 과정이 힘들면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못한다고."

……[중략] ……"무엇이 되어야지만 무엇을 가져야지만 행복해지는 거라면 난 그 무엇이 되지도, 그 무엇을 갖지도 않을 거야." - p 210

-"그렇게 안달했기 때문에 모델 생활을 오래하지 못했다고. 자구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고, 나 자신을 못살게 굴고. 너 꼭 뭐 같은 줄 알아? 백조 같아." "그게 뭐 어때서요? 우아하고 예쁘기만 하잖아요." " 백조가 뭐가 우아해? 겉에서 보기에만 그렇지, 물속에서는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P 228


3. 지금의 '나', 미래의 '나', 모두의 '나'를 생각하며

남의 시선이 점점 중요하게 생각되는 오산이 확산되며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따라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최고. 그 허황된 목표만을 쫓으며 자신을 혹독하게 끌어가지만 그 과정이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행복'을 골인점으로 놓고 살아간다.


그러나 '행복'이 길의 끝에 놓이면 정신없이 달려가던 그 길을 다시 생각하지도 느낄 수도 없다. 그 끝에 다다르면 허무해질 수 밖에 없다. 그길 자체를 '행복'으로 놓고 그길의 끝에는 자신의 꿈이나 희망 등이 자리 잡아 있어야 한다. 물론 마음 편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경쟁과 남과 비교되는 빠름이 중요시 되는 사회인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 더 큰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후자보다 전자가 바로 사람의 '삶'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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