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경찰/법 칼럼] 정당방위? 너무 어려워

누군가 당신을 폭행하고 있다. 더 이상 그만 맞고 싶은 당신은 그 사람을 한 대 때렸다. 그 순간부터 당신과 그 사람은 쌍방폭행이 된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분명 그 사람이 당신을 더욱 많이 때렸고 당신은 방어하기 위해 한 대 때렸는데 쌍방폭행이라니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은 실제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 상황은 정당방위의 성립요건과 관련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정당방위란, 형법 제 21조 1항에 따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을 굉장히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지금부터 이러한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에 대해서 알아보자.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에는 대표적으로 4가지가 있다. 먼저,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존재해야 한다. 상대방이 더 이상 위협을 가하지 않고 있는데 해를 가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없다. 다음은, 대상에게 반격을 가하려는 목적이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이나 소유권 등 어떤 권리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 세 번째는, 방어행동을 하는데 있어 방어행위로 인정될만한 근거가 있어야 된다. 위협에 대한 방어정도로만 막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방을 도발하고 시비를 걸어 폭력을 유도하고 방어한 경우면 인정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서도 안 되고 상대방에게 전치 3주 이상의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된다. 

 

위의 4가지가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인데 언뜻 봐도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어느 누구도 이러한 정당방위 성립요건을 생각하고 이에 맞춰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은 미국의 정당방위 성립요건과 비교가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정당방위 성립요건은 피해자에게 더 유리하게 되어있다. 이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2010년 12월 미국 LA에 한 고등학교에 진학 중이던 한인학생 두 명이 싸우다 한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두고 미국에서는 사망한 아이가 먼저 싸움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함께 싸운 학생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분노한 사망한 학생의 아버지는 한국 검찰에 고발했고 가해자 학생은 폭행치사로 구속되었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하긴 하였으나 이 사건을 보면 한국과 미국의 정당방위 성립요건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014년 집에 침입한 도둑을 잡으려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만든 20대 남성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대표적인 정당방위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인데, 사람들은 20대 남성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게다가 피해자에게도 굉장히 불리하다. 국민들 중 이 정당방위 성립요건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안 중 가장 애매하고 판결하기 어려운 사건이 아마 정당방위에 관한 사건일 것이다. 내가 만약 국회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이 법안부터 손 댈 것 같다. 물론 굉장히 어렵고 까다롭겠지만 누군가 나서서 우리나라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을 명확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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