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지의 독서 칼럼]「라듐 걸스」, 용감한 도장공들의 이야기

오늘날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안전하고 무해하며,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방사성 물질을 치약이나 우유 등의 생필품에 넣거나, 물질 그 자체를 먹기도 했다. 한편 방사성 물질과 형광 물질 사이 상호작용으로 빛을 내는 페인트가 발명되어 이를 이용한 다양한 용품들이 등장했다. 이 페인트는 시계와 계기판의 숫자들을 눈에 띄게 만들어 전시 야간 전투의 이점을 점하는 데 이용되었다. 페인트를 작은 시계판에 바르기 위해서는 작은 붓을 뾰족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 붓을 입에 넣어야 했다. 이 일을 한 이들이 바로 도장공들, '라듐 걸스'였다.

 

 

1900년대 초, 라듐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소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직종이 있었다. 바로 시계에 형광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공이다. 이들 사이에서 다른 일에 비해 편하고, 수입도 많으면서, 신물질이던 라듐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도장공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빛을 발하는 페인트를 온몸에 묻힌 소녀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그들 뒤로 형광 가루가 떨어졌다.

 

경쟁을 뚫고 새로운 도장공이 되는 소녀들이 배우는 기술은 '립 포인팅'이다. 페인트가 묻은 붓은 잘 갈라져 칠하기 전에 입에 넣고 굴려 붓을 뾰족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을 립 포인팅이라고 한다. 소녀들은 배운 대로 붓을 입안에 넣어 뾰족하게 만들며 하루에 몇십 판의 시계 숫자판을 칠했다. 모두가 이 행위가 안전하고, 라듐 페인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입 모아 말했기에, 소녀들은 의심치 않고 립 포인팅을 행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도장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심각한 치통을 호소했고, 부식되는 턱뼈에 대해 의사들은 원인을 쉽게 지목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라듐이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도장공들은 보상받기를 원하지만, 회사는 그들을 외면한다. 대기업의 방해와 병든 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변호사를 구하고, 증인을 찾아 회사를 소송하기에 이른다. 그녀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1939년 최종적인 승소를 거둘 수 있었다. 승소는 그들만의 승리로 그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도장공들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라듐의 유해성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자 관련 법률 제정까지 이어졌다. 

 

 

이들 도장공은 대기업을 상대로도 굴하지 않고 강건한 태도를 이어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켰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의 시발점이 되듯, 개개인의 노력이 모여 커다란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책 「라듐 걸스」 (케이트 모어, 2018)는 이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나간다. 「라듐 걸스」에 담겨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혁을 가져온 그녀들이 개인으로 존재했음을 깨닫고, 나아가 그들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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