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경의 언어 칼럼] 콩글리쉬, 또 하나의 언어?

콩글리쉬는 '언어'가 될 수 있는가.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제2의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어는 개인이 가진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고, 그렇기에 더 많은 언어는 더 많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수많은 언어 중에서도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 지정되어있다. 따라서 해외에서 낯선 이를 만났을 때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고, 국내와 국외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 있는 공식적인 표지판에 영어가 쓰여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콩글리시'에 대해 알고 있는가? 아마 대다수의 사람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콩글리시란 영어 스펠링으로 Konglish이며, 한국어를 뜻하는 Korean과 영어를 뜻하는 English의 합성어이다. 한국어에는 영어에서 유래된 외래어가 많은데, 콩글리시는 영어 표현을 가져다 쓰거나 원래의 영어 표현에서 일부를 줄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콩글리시라고 생각했던 단어가 알고 보면 브로큰 잉글리쉬(Broken English)인 경우도 종종 있다. 브로큰 잉글리쉬는 바른말로 인정되지 않는 단어로, 콩글리시와는 엄연히 다르다. 브로큰 잉글리쉬로 외국인과 소통을 하고자 한다면-물론 콩글리시도 거의 마찬가지이지만-, 하물며 영어권 문화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려 해도 대화는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

 

콩글리시의 예를 알아보자. 가장 잘 알려진 콩글리시 중 하나로는 에어컨(air-con)이 있다. 실제 영어권 문화의 사람에게는 에어 컨디셔너(air conditioner)라고 해야 큰 어려움 없이 알아들을 수 있다. 비슷한 단어로 리모컨(remo-con)이 있다. 이도 마찬가지로 리모트 컨트롤(remote control)이라고 해야 한다. 이외에도 셀카(sel-ca)는 셀피(selfie)로, 아파트(apart)는 아파트먼트(apartment)로, 밴드(band)는 밴드 에이지(band-aid)로, 본드(bond)는 글루(glue)로 표현해야 한다. 이번에는 브로큰 잉글리쉬의 예를 살펴보자. 오바이트(over eat)는 한국인들이 '토하는 것'을 의미할 때 사용한다. 이를 영어로 구사하려면 '보밋(vomit)/토하다'라고 해야 한다. 또한 '시험 등에서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을 의미하는 커닝(cunning)은 '치팅(cheating)/부정행위를 하다'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다. '서명'을 의미하는 싸인(sign)은 '오토그래프(autogragh)/사인'이라고 해야 한다.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는 콩글리시 및 브로큰 잉글리쉬는 생각 이상으로 많다.

 

콩글리시는 왜 생겨난 것일까? 콩글리시는 '배우기 어렵지만 배워야 하는' 영어를 조금 더 쉬워 보이게 만든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가 두려운 사람들은 영어보다 콩글리시를 먼저 배우곤 한다. 확실히 일반적인 영어보다 콩글리시가 더 경제적이기는 하다. 원래 단어보다 조금 더 짧아지거나 단어를 조금 더 간단하게 표현함으로써 발음의 편리성을 추구하고, 손쉬운 이해가 가능해진다. 그래서인지 콩글리시 사용에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미만 통하면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콩글리시 사용을 권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콩글리시가 또 하나의 언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신조어가 마구 생겨나고 국어사전에 등록되는 것처럼 콩글리시를 받아들이고 장려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의견에 문득 의구심이 든다. 과연 콩글리시가 하나의 언어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우리는 콩글리시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심지어는 사용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콩글리시는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일상생활에서의 소통은 문제없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의사소통의 범위가 전 세계로 넓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콩글리시가 외국인에게 통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높은 확률로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서 오해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단어들이 외국인들에게는 어색하고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의류의 한 종류인 맨투맨(man-to-man)은 외국인들이 '동성애'를 떠올리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콩글리시는 한국인들에게만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인 듯하다. 아무리 세계화로 인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해도, 콩글리시와 같은 언어 아닌 언어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의사소통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바른 국어, 바른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정말로 '있어 보이고' 싶다면 올바른 언어를 배워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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