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영화칼럼]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형태는 어린이를 위해, 내용은 어른을 위해

많은 영화에서 공주는 날씬하고, 아름답고, 연약한 존재로 나타난다. 특히, <백설 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겨울왕국>, <모아나>, <라푼젤>같이 기존의 ‘공주는 연약하다’라는 편견을 깨는 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영화가 ‘날씬하고 아름답다’는 편견을 깨는 것에는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공주에 대한 편견을 깬 영화가 있으니  바로 <레드슈즈>이다.

 

<레드슈즈>는 작년 이맘때쯤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로, 기존 ‘백설 공주’를 연상케 하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180도 다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화이트 공주’는 다른 공주들과 다르게 뚱뚱하다. 눈도 작고, 힘이 세고 소심하다. ‘화이트’는 어느 날 자신의 성으로 가서 마녀이자 왕비, 즉 자신의 새엄마가 기르는 사과를 따게 된다. 사실은 아빠가 남겨놓은 기록을 찾으러 간 것이었다. 빨간 그 사과를 따는것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빨간 사과는 빨간색 구두가 된다.

 


빨간 구두를 신자 몰라보게 예뻐진 ‘화이트’, 어딜 가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난쟁이가 되어 버린 일곱 왕자의 집. 그 왕자들은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키스를 해야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화이트’를 보자 모두 ‘화이트’와 키스를 하려고 작전을 세우고 있다.

 


결국 ‘멀린’은 ‘레드슈즈’의 진짜 모습인 ‘화이트’를 보고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다시 ‘레드슈즈’, 아니 ‘화이트’를 찾으러 가고 마녀(화이트의 새엄마)에게 잡힌 ‘화이트’를 구하려고 한다. 그 이후 마녀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화이트의 눈물과 키스로 ‘난쟁이 멀린’이 아닌 ‘진짜 멀린’으로 저주가 풀리게 된다. 진짜 아름다운 사람은 구두를 신은 ‘레드슈즈’가 아닌 ‘화이트’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 맞서기 위한 거대한 뜻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공주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연약하고 왕자의 도움을 받는다. 아이들은 그런 영화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예뻐지기를 원하고 ‘여자는 연약하다’라는 생각이 심어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그러한 생각에 동조하는 사회를 보며 자란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를 살아가는 가운데 발전 없이 똑같이 외적인 미를 추구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공주는 예쁘고 연약해야 한다’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짜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이 예쁜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른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외적인 미를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사회를 비난하지만, 그 사회에 맞추어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도 동시에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른들은 진짜 예쁜 사람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얼굴이 예쁜 사람을 먼저 찾게 된다. 그런 모습을 이제는 버려야 함을 이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사회는 겉을 꾸미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되었다. 물론 격식을 갖추고 예를 갖춘다는 의미에서 겉을 꾸미는 것은 좋은 것이다. 자신이 그만큼 그 일에 마음을 쓰고 있다는 하나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그 정도가 지나치고 있다. 회사에서도 얼굴이 사람의 합격 기준이 되었고, 수술까지 받게 했다. 이런 사회가 5분 거리 편의점을 화장까지 다 하고 나간다든가, 화장을 안 하면 죽고 싶고 눈치가 보이는 개인을 만들었다. 청소년 4명 중 1명이 자살 충동을 경험했으며, 이 중 52.7%가 외모 고민이 심각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성형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이 문제는 심각하다.

(인용 : 경기일보2014년 4월 1일 자 신문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752648)

 

분명 지금도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화이트’에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멀린’처럼, 난쟁이가 되어있는 ‘멀린’에게 어떤 모습이든 그가 좋다고 말한 ‘레드슈즈’처럼 겉모습이 아닌,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아름답게 대해주어야 한다. 외모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보아야 한다. 외모지상주의로 살아가는 이 사회에게 ‘레드슈즈’라는 영화를 권하며 이 칼럼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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