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은지의 영화 칼럼] 가슴 한쪽을 아릿하게 하는 영화, 패왕별희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지난 5월 천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 재개봉했다. 평소 배우 장국영을 좋아했기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19 시대인 만큼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제일 사람이 적은 상영관을 골라 나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관에는 나를 포함해서 열댓 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한 열을 다 차지하고, 상영관 중앙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래서인지 스토리와 캐릭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패왕별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한쪽을 아릿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뿌연 안개를 깔아놓은 듯했다.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밝은 색채로 가득한 경극 장면에서도 어딘가 겨울의 시린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그것이 비극으로 점칠 된 이야기의 주인공, ‘데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데이’는 어려서 6손이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그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 경극단에 들어가게 하고, ‘데이’는 경극 배우가 되기 위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수련한다. 경극단의 아이들은 매춘부의 자식인 ‘데이’를 얕잡아 본다. 그러나 ‘살루’는 ‘데이’를 친구로 여기며 살뜰하게 챙겨준다. ‘데이’는 ‘샬루’에게 마음을 열고 결국 둘은 유명 경극 배우로 거듭난다. 경극 배우가 된 ‘샬루’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화월루’라는 술집의 매춘부인 ‘주샨’은 질 나쁜 손님들의 행패에서 자신을 도와준 ‘샬루’와 사랑에 빠져 그에게 청혼한다. ‘데이’는 ‘주샨’을 아니꼽게 여기고, 자신 혼자 원대인의 후원을 받아들인다.

 

그 이후 중일 전쟁, 국공 내전, 공산당 집권기를 거치며 격변하는 근대 중국 속에서 데이는 경극 배우로서의, 특히 ‘우희’로서의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무희의 환생이라고 외치고, 그만큼 완벽한 우희도 없을 거라 한다. 결국 그는 마지막 패왕별희의 연습 공연에서 자결하고 생을 마친다.

 

그 밖에도 주샨의 자결, 데이의 고난 등 많은 사건이 있지만 나는 샬루를 향한 데이의 사랑에 주목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경극의 인생을 바친 데이의 삶을 ‘패왕별희’ 경극 그 자체라고 여기며 샬루를 향한 데이의 사랑을 패왕을 향한 우희의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나는 샬루를 향한 데이의 사랑은, 샬루라는 사람 그 자체를 향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데이가 패왕을 사랑했다면 샬루가 일곱 걸음이 아닌 다섯 걸음을 걸었을 때 사랑이 식지 않았을까? 데이가 진정으로 패왕 샬루를 사랑했다면 완벽한 패왕이 되지 못한 샬루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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