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의 독서 칼럼] 전염병 발생 상황,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코로나 대응 상황에서 요즘 제일 회자하고 있는 책이 전염병 관련 책들 아닐까 싶다.  그 중 내가 읽은 책은 '페스트'이다. ‘페스트’는 1947년 알베르 카뮈가 전염병을 주제로 쓴 소설인데, 70년이 지난 지금도 2차대전 이후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책이다. 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안이라던가 사람들의 행동유형들을 보고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서 놀랐고, 대응 방법도 100% 지금 상황에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호전시킬 수 있겠다는 희망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오랑 시의 의사 리외는 원칙주의자로서 취재 차 들린 오랑 시에서 페스트로 인해 나갈 수 없게 된 기자 랑베르의 진단서 요청 요구를 들어주지 않지만, 자신이 맡은 직무를 성실히 해나감으로써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다. 나는 리외를 보고 지금의 의료진들을 떠올렸다. 얼굴에 멍이 생기도록, 온몸이 땀에 젖도록 쉴 틈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지금의 의료진들을 보면서 그들의 노력을 간과할 것이 아니라 항상 생각하고, 그들의 노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그들과 연대하여 이 사태를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도 자원봉사자인 타루가 보건자원단체 연대, 줄여서 보건대를 세운다. 타루는 어릴 적 검사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는데, 17살 때 아버지가 불쌍해 보이는 피고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아버지를 보고 좋든 나쁘든 사람들이 죽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되었고, 자신은 사형이 구형된 피고를 살리지 못하였으나 페스트 상황에서 사람들을 살리고자 보건대를 세웠다고 말했다.

 

파리에 있는 아내를 보러 도시를 합법, 또는 불법적인 방법도 사리지 않고 찾아보던 랑베르는 도시의 상황을 정찰하기 위해 리외와 타루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이때 진단서를 써주지 않은 리외에게 화가 나 있던 랑베르는 보건대 이야기를 듣고 자신은 영웅주의를 믿지 않는다며 리외를 비꼰다. 하지만 리외는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으며, 이러한 전염병 상황에서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직분을 완수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랑베르도 보건대에 합류하게 되고, 마을의 신부인 파늘루 신부도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보건대에 합류하여서 사람들을 치료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사람들의 연대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 장면이다.

 

또한 사람들이 몸속 장기를 소독한다며 술을 퍼마시거나 의료기술 대신 옛 성인들이 쓴 예언서, 흑사병 때에는 우비를 입어 병을 버텼다는 터무니없는 언론 기사 한 줄에 모든 마을 사람들이 우비를 입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한심하다고 느꼈으나 현시대의 우리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번 코로나 때만 하더라도 마스크는 병의 전염을 막아주는, 뜬구름 잡는 미신은 아니었으나 마스크가 좋다는 말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면서 정부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언론이나 외부적인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마지막 부분의 리외의 대사인 ‘도시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그러한 환희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기쁨에 젖어있는 군중은 모르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고 꾸준히 살아남았다가 언젠가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다시 깨우고 사람들을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였다. 이 구절을 읽으며 언젠가 코로나가 종결되었을 때, 그때가 아니라 지금도 내 근처에 코로나 환자가 없다고 방심할 것이 아니라 항상 주의를 기울여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보건대는 우리 시민들이 페스트에 더 깊숙이 관여하도록 도와주었고, 그들은 마침내 도시와 페스트에서 해방된 상태로 같은 리듬, 같은 힘으로 나아갔다.’라는 대사와 페스트가 물러날 때의 활기찬 공기의 흐름을 서술한 것을 보면서 우리도 코로나 사태의 해결은 마냥 의료진의 일, 정부가 해결할 일이라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다 같이 힘을 합치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짐과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불편하다고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만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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