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현의 드라마 칼럼11] 짧지만 가볍지 않은 '드라마 단막극'

짧은 스토리로 큰 울림을 주는 KBS 단막극

여러분은 단막극을 본 적이 있는가. 드라마 단막극은 짧은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시청자들에게 짧은 시간 안에 극의 내용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중편 드라마, 장편 드라마보다 울림 있는 소재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드라마 단막극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 KBS 드라마 스페셜 - 웬 아이가 보았네 ]는 지난해 최고 시청률 49.4%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내며 종영한 하나뿐인 내 편의 연출 부였던 나수지 피디의 입봉작이다. '웬 아이가 보았네'는 엄마는 연락이 두절되고 알코올 중독 할아버지 밑에서 폭력을 당하고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동자(배우 김수인)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성소수자라는 비밀을 품고 살아온 순호(배우 태항호)가 우연한 만남으로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그 상처를 보듬으며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주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이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성소수자와 아이의 이야기라는 주제가 자극적이라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이런 의견들에 나수지 피디는 성소수자라는 이슈를 내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아이들과 약자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에 드라마가 잠시나마 따뜻한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웬 아이가 보았네'는 극의 후반에 동자(배우 김수인)의 엄마인 원미(배우 진경)가 나타나 동자를 데려가려 했지만 돈을 버는 데 큰 어려움이 있어 경제적인 문제로 동자를 데려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말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순호(배우 태항호)가 동자의 행복을 위해 본인의 성전환수술을 위해 모아두었던 돈을 동자의 엄마에게 건네고 마을을 떠나는 장면이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의 제작 의도에 맞는 동자와 순호의 아가페적인 사랑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KBS 드라마 스페셜 - 우리가 계절이라면 ] 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윤해림(배우 채수빈)과 엄기석(배우 장동윤)이 그린 청춘 멜로드라마이자 여름에 시청하기 가장 좋은 싱그러운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방영되었던 단막극 들 중 방영전부터 반응이 좋았던 드라마이다. 그 이유는 주인공인 윤해림 역을 맡은 배우 채수빈과 전학생으로 등장하여 윤해림의 마음을 흔들었던 오동경 역할을 맡은 배우 진영의 만남에 있었다.  두 배우는 드라마 화제작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둘은 '우리가 계절이라면'에서도 어김없이 빛나는 호흡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우리가 계절이라면'을 더 인상 깊게 보기 위해 주목해야 할 장면은 봄과 겨울의 장면이 수미상관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극 중 윤해림이 영화를 보며 "그냥 품에 꼭 안아주는 게 엔딩이었으면 좋겠어. 그게 더 따뜻해 보여. 둘의 얘기가 뒤에 뭔가 더 남은 것 같고"라고 말한 대사가 드라마의 수미상관에 영향을 주었다. 두 주인공이 오랜만에 만난 봄에는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해림을 기석이 안아주며 구하는 장면이 연출되었고 시간이 지나 어엿한 성인으로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기차역에서도 서로를 안아주는 장면이 연출되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우리가 계절이라면'은 저마다의 이유로 각박한 사회에서 생활하며 잊어버린 청춘의 추억을 꺼내어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보며 누군가는 풋풋한 첫사랑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잘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감정들을 오랜만에 추억할 수 있는 드라마 '우리가 계절이라면'.

 

 

단막극은 한 사람의 아픔을, 또는 풋풋한 청춘의 감정을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장르이다. 만약 장편드라마, 미니시리즈를 시청할 때 긴 서사와 내용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단막극을 통해 짧은 드라마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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