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영화 칼럼] 시네마천국을 보고-잊혀진 과거의 노스텔지아

영화 <시네마 천국>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이다. 한때 영화관을 휩쓸었던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여러 사람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영화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영화의 장점이 무엇이기에 세대를 거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채고 있는 것일까.

 

영화의 배경은 2차 대전 후의 시칠리아이다.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 주민들은 매일 밤 성당의 별관 '시네마 천국'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본다. 영사기 기술자인 알프레도의 덕이다. 주인공 토토는 2차 대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로, 천진하고 약삭빠르다.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바로 영화. 토토는 알프레도를 졸졸 따라다니고, 알프레도도 그런 토토가 밉지는 않다. 토토는 끈질긴 노력 끝에 알프레도에게 영사 일을 배우고, 알프레도는 주민들에게 영화를 틀어주다가 필름에 불이 붙어 심한 화상을 입는다. 토토는 눈이 멀어버린 알프레도를 대신해 새로운 시네마 천국에서 영사기 일을 하고, 알프레도는 자라는 토토 곁에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된다. 영화는 자라나는 토토와 그 곁의 알프레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말미 군대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고향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당부한다.

 

토토의 어린 시절과 청춘 그리고 중년까지 상당히 긴 시간을 담은 영화임에도 전개가 갑작스럽거나 산만하지 않다. 영화의 시간 전환은 영화 <시민 케인>이  '메리 크리마스, 앤드 해피 뉴 이어' 라는 대사 안에 3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부드럽고 능숙하게 이루어진다. 

 

 

 

<시네마 천국>은 현재가 과거로 기억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의 부고를 듣고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폐허가 된 시네마 파라다이스를 거니는 토토. 새삼 생생하게 살아오는 과거의 순간들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알프레드의 장례식 후, 시네마 파라다이스 건물은 주차장 부지를 위해 철거된다. 시네마 파라다이스에서 인생의 한 때를 보낸 중년의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그를 모르는 젊은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뛰어다닌다.

 

시간이 흐르기에 우리의 인생도 흘러간다. 현재는 필연적으로 과거로 수렴된다. 다 읽은 책처럼, 닫아버린 앨범처럼 접혀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다. 시칠리아 주민들의 현재였던 시네마 파라다이스가 폭파되는 순간 우리는 지나버린 우리의 과거를 함께 애도할 수밖에 없다.

 

 

시네마 파라다이스처럼, 나도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장소가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알 수 없는 서운함을 느꼈다. 저녁의 빈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잔잔한 재즈음악, 겨울바람을 뚫고 가 마시던 청귤차.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사라져버린 카페가 충분히 아끼고 돌아봐주지 못한 순간들에 종지부를 찍은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뻐근하다. 기억 속 장소를 다시 찾는다고 해도 전해지는 묵직한 아픔은 마찬가지이다. 같은 장소를 밟은 내가 그때와 너무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뜨겁게 사랑하고 미워하던 그때의 나 자신을 현재의 시간에서 다시 찾을 수는 없다. 가시방석 같은 게 기억이다. 품고 있으면 따뜻하지만 어쩐지 묵직하게 마음 깊은 곳을 찌른다. 아름다운 기억이 많았던 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만 시간이 남기는 뻐근함은 아름다움에 비례해 커진다. 기억처럼 아름답고 또 아픈 게 어디에 있을까?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지나버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그만큼 보편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네마 천국>을 명작으로 꼽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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