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수의 생명과학 칼럼] 수학 이론을 유용한 도구로 삼아 인체의 뇌 주름과 망막을 연구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늙어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세상의 이치를 더 깨우치게 되고 인격이 완성되어 가는 등 긍정적 변화도 물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노화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변화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왕이면 오래 젊음을 유지하려 하고 심지어 진시황처럼 영생을 얻고자 부질없는 노력도 해왔을 것이다. 노화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변화 중 대표적인 것이 뇌의 인지기능 하락이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뇌의 표면 부분이자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두께가 감소하고 치매 환자는 정상인보다 그런 감소 속도가 크다는 사실은 이제 건강상식이라고 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1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불과 몇 주 전인 2020년 7월 22일 한 인터넷 영자신문에서 제법 중요한 보도가 있었다.2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소속 ‘뇌 노화 연구소(CHeBA)’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화 그리고 치매,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에 따른 뇌의 부정적인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는 대뇌피질의 두께 감소 및 그에 따른 대뇌피질 총량의 감소가 아님이 밝혀졌다고 한다. 대뇌피질의 주름이 만드는 전체 표면적의 감소가 그런 부정적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라는 것이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노화 혹은 치매・알츠하이머에 따른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미리 예측하거나 진행경과를 잘 관찰하려면 대뇌피질의 두께가 감소했는지가 아니라 대뇌피질의 주름이 만드는 전체 표면적이 감소했는지를 측정해야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뇌피질의 주름 표면적을 측정하는 것이 과연 간단한 문제일까? 대뇌피질의 주름은 무한하게 반복되는 복잡한 형태의 주름 모양을 가지고 있다. 마치 리아스식 해안(rias coast, 리아시스식 해안)이 그 해안선 중 특정 부분만 크게 확대하더라도 여전히 리아스식 해안의 모습을 띠고 있고 계속 확대해도 이런 양상을 무한하게 반복하는 것과 엇비슷하게, 우리 뇌의 주름 역시 무한 반복의 주름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 표면적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초기 연구자들이 겪었을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이 다름 아니라 수학자 만델브로트(Mandelbrot)가 고안한 프랙탈 이론이었다. 그의 이론에 따라 프랙탈 차원(fractal dimension)의 값을 계산하면, 어떤 도형에서 그 일부를 확대했을 때도 그 도형의 전체적 모습이 여전히 그대로 반복되는 패턴을 가진 도형의 여러 가지 속성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3 앞서 언급했던 호주 뇌노화 연구소(CHeBA)의 연구결과에서도 MRI 스캔결과를 자료로 삼아 다름 아니라 프랙탈 차원성 기준의 색인화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추상적인 이론이지만 그런 추상성 때문에 사실상 모든 사물에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수학의 특징이다. 이런 특징 설명은 프랙탈 이론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즉 우리 몸에서 프랙탈 이론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 것은 비단 뇌의 주름에 그치지 않고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인간의 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미리 가지고 있다면 프랙탈 이론을 응용해볼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우리 눈의 망막 혈관은 마치 나무줄기에서 미세한 가지가 뻗어 나오는 것처럼 가지 모양이 무한 반복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한편 당뇨병 환자의 망막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실명에 이르는 당뇨망막병증에서는 그런 가지 모양의 복잡성이 정상인보다 증가한다는 사실을 각각 알고 있다면 위 2가지 사실을 서로 연결하여 당뇨병 환자의 망막혈관의 프랙탈 차원성을 잘 관찰함으로써 당뇨망막병증을 예측할 수도 있겠다는 추론을 도출할 수 있다.4

 

 

프랙탈 이론을 도구로 삼아 치매・알츠하이머 환자의 병증을 정상인의 뇌와 비교하는 연구, 그리고 프랙탈 차원 값을 기준으로 망막혈관 발생을 관찰하는 연구를 통하여 필자는 생명과학 연구 수행에 있어서도 수학적 사고가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난해한 미적분 문제를 풀다가 ‘나는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을 뿐, 수학에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해 행여나 수학을 등한시할 독자가 있다면 프랙탈 이론의 응용사례는 수학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  <참고: http://mdon2.mediaon.co.kr/news/article.html?no=26103>

2.  <인용: https://medicalxpress.com/news/2020-07-complexity-aging-brain.html>

3.  <참고: https://science.khan.kr/entry/눈송이와-리아스식-해안의-공통점을-아시나요>

4.  <참고: http://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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