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윤의 심리 칼럼] 나를 싫어하지 않는법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다섯 손가락을 접을 만큼의 사람이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가끔가다 들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내적이든 외적이든 타인의 관점에 나를 맞추고, 타인에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 자신이 기울인 노력의 크기만큼 타인에게 사랑받길 원한다. 정작 자신에게는 사랑을 주지 않은 채 말이다. 하지만 남을 맞추고 나보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빛이 나지 않고, 정작 빛이 나는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특징을 보이지만 가장 큰 특징은 '자존감"이다. 물론 자존감의 뜻 자체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니 당연한 소리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당연한 것을 잊고 산다.

 

사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들 조차 많다. 자신이 너무 미워서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래서 매일 매일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내려간다. 밤마다는 자신을 짓밟고 뭉개 버리지만, 아침이 오면 이런 자신을 숨기고 자존심을 자존감으로 보이도록 만든 다음 사람들 앞에서는 세상 자존감 높은 사람인 척 한다. 자신도 자신을 혐오하는 사실이 남들이 안다면 남들 또한 자신을 혐오할 것이라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살", '자해", '우울증" 등등 현대의 다양한 병들의 원천은 바로 '자존감"에서부터 온다.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들은 점점 자신을 숨기고 자신을 깎아내리는 등 자신의 자아를 존중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괜찮은 사람"이 되지만 속은 썩을 대로 썩어가고 있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가 심각할 경우 위에 병들의 증세가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세상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이 과연 존재 하긴 하는 것일까.

 

나는 한때 내 얼굴이 너무 싫어 때수건으로 밀어 버린 적도 있다. 나는 이런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렸다. 나의 여드름이 가득한 피부를 고치고, 살을 8kg 이상 감령하고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사고 그랬더니 바닥을 기어가던 나의 자존감은 지하를 뚫고 들어갔다. 전보다 외적으로 나아졌지만, 나의 마음 상태는 엉망이었다. 하나하나를 고치면 고칠수록 나에 대한 혐오감이 커졌다. 나를 주변 모든 친구와 비교했고 웃음이 없어졌으며 잘못된 모든 일들을 나의 탓으로 돌렸다. 난 그렇게 계속해서 '이상한 친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친구들은 슬슬 나를 피하기 시작했고 가족 또한 나를 피했다. 이렇게 계속 좋지 않은 쪽으로 가다가 나를 바꾼 것은 한순간이었다.

 

나를 바꿔준 것은 나의 친구의 한마디였다. 그날 나는 여느때처럼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매일 매일 코사진을 찍어서 어제보다 코가 이상해진 것 같다며 뭐가 달라진 지 물었고, 여드름의 개수가 얼마나 되냐며 세어달라고 했다. 내 친구는 옆에서 내가 해달란 것을 다 해주었다.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나 안 이상해? 나 미친 사람 같지?" 친구의 대답은 "(일부 욕이 들어가 있어 순화함) 어 엄청 이상해" 였다. 나는 놀랐다. 그전까지 친구나 부모님은 '하나도 안 이상해 괜찮아" 등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나는 물었다 '어디가?" 친구는 당연한 듯 대답했다. '너 이런 행동들이 이상하지 진짜 가끔 보면 약 먹은거 같기도 해 근데 뭐 안 이상한 사람 있나? 다 이상하지 나도 매일 매일 내 다리 두께 재고 팔 만지면 두꺼워질까 봐 팔도 잘 안만져. 내 친구는 항상 집 오면 엄마가 몇 시에 무엇을 했는지 적는데. 또 다른 애는 목욕을 매일 2시간씩 못하면 잠을 못 잔 데. 봐 너만 이상한 거 아니지? 다 이상해 다 미친 사람들 같아. 근데 뭐 어때? 좀 이상할 수도 있지. 남한테 피해만 안 끼치고 살면 잘사는 거지 뭐" 내가 물어봤다 '그럼 우리 완전 잘사는 거네?" 친구는 답했다 '그치 엄청 잘 살지"

 

나는 그날 이후로 내가 하고 있던 것들을 모두 멈췄다 45kg을 유지하기 위해 1일 1식 했던 다이어트도, 매일 아침 눈도 떠지지 않는데 화장했던 것도, 피부를 위해 매일 저녁 1시간씩 쏟아부었던 노력도 옷을 사기 위해 사지 못했던 물건 또한 샀다. 처음에는 너무너무 불안했다. 1일 차는 괜찮았지만 2일 차에는 불안해졌고 3일 차에는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귀찮았다. 난 당장 피자가 먹고 싶었고, 피부관리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냥 안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주변에서 나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너 어디 상담 다녀?  이상한거 싹 없어졌네" 등등의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난 더 이상 코 사진을 보여주지도 여드름 개수를 세어달라고 하지도 지나가는 여자와 나를 비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난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기 시작했다.

 

나를 바꾼 건 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모두 이상하다는 말이었다. 그게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었다. 그 말은 마치 '너만 이상한 게 아니니 바꾸지 않아도 된다"라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다 이상하다. 제대로 나 자신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굳이 나 자신을 사랑하려고 방법을 찾아보지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내가 자존감을 높였던 방법이다.  '자존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물먹는 것보다 쉬운 것이 될 수 있다. 우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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