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연의 교육 칼럼] 수학을 보다, 수학을 만나다

수학의 길을 열어 줄 함수 작도 프로그램

2015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준말) 비율은 초 · 중 · 고 순으로 높아진다고 한다.1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며, 이 통계자료의 설문이 적절한 표본에 근거하였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겠지만, 초등학생 때 36.5%였던 수포자의 비율이 고등학생 때는 약 60%로 뛰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한민국의 수학 교육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숫자의 연산과 도형의 면적 및 부피 계산, 생활 속에서 규칙 찾기 등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내용의 초등 수학 교육과는 달리, 중학교에서는 처음 "함수"와 "그래프"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수학 II부터 미분과 적분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함수를 심도있게 다루기 시작한다. 많은 학생들이 함수를 어려워하지만, 대수학(Algebra)의 일부인 이 내용은 수학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라서 중 · 고등 수학 교과에서 빼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함수를 조금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함수" 단원 학습의 핵심은 그래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있다. 결국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은 일차함수의 y절편이 어디인지, 함수의 우극한과 좌극한이 일치할 조건, 함수에 절댓값을 씌웠을 때 그래프의 개형과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학적 사고가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함수의 그래프를 직접 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학습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Desmos 가 있다. desmos.com이라는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어떠한 함수든지 입력하여 그 그래프를 직접 볼 수 있다.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사용방법이 간단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빈칸에 함수의 식을 입력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0, -2, 2의 세 실근을 가지고 최고차항의 계수가 1인 삼차함수의 그래프를 입력하면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이렇게 그래프의 개형을 봄으로써 우리는 이 함수가 x축과 세 번 만나며, 증가-감소-증가의 형태로 볼록한 곡선 형태의 함수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함수의 그래프의 개형을 직접 보고 접할 수 있다면 함수의 식만 보고도 그래프의 개형을 유추해 내는 것이 더 쉬워진다. 또한, 교과서에 제시된 그래프의 그림보다 훨씬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프 위의 한 점을 클릭하면 그 점의 좌표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함수 작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함수'에 대한 학습을 심층적으로 진행한다. 필자가 인도에 거주했을 당시 재학한 학교 American School of Bombay(이하 ASB)의 수학 시간에는 석 달 가량 함수의 평행이동과 대칭이동에 대해서만 다루었다. 함수 작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함수의 각 항의 계수가 변화함에 따라 그래프의 개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고, 이를 통해 

함수식의 각 항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학습이었다. 이때 굉장히 다양한 함수를 다룬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항함수는 물론, 삼각함수와 분모와 분자의 차수가 다양하게 조합된 유 · 무리 함수를 모두 깊이 있게 다룬다. 이러한 학습을 통해 학생은 본인이 알고 있던 함수에 절댓값 기호가 추가되는 등의 방법으로 함수가 변형되어도 헷갈리지 않고 쉽게 그래프를 그릴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는 다른 종류의 함수를 다른 단원으로 묶어서 배우고, 함수의 평행이동과 대칭이동이 수학 (상) 과정의 후반부에 편제되어 그 비중이 많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과목 중 하나가 수학이라는 데는 거의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함수 작도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교과서에 단순히 함수의 그래프를 제시하는 대신, 학생이 직접 그래프의 모양을 유추하고 프로그램에 나타난 실제 그래프와 비교하는 탐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학생이 수학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시험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못 쓰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이 함수를 직접 탐구함으로써 함수에 대한 이해도를 보다 빨리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높다. 이러한 함수 작도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수학과 공감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 참고자료: 에듀인뉴스 https://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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