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은의 사회칼럼] 당신의 언어는 무엇인가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은 농인과 청각장애인으로 구분된다. 농인은 청각장애를 치료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대부분 수어를 사용한다. 청각장애인은 청각장애를 병리학적인 치료 대상으로 여기며 여러 소통방법을 사용한다.1 칼럼을 읽기 전 참고한다면 더욱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로 국민 중 다수가 공용어인 한국어를 사용한다. 순 한국어가 아닌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여러 민족이 섞여 있는 나라와 다르게 억양과 세기가 달라도 하나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언어가 음성으로 표현하는 한국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법 체계가 다르며 손짓과 표정으로 전하는 한국어, ‘수어’도 존재한다.

 

 

수어는 말 그대로 손 언어이다. 하지만 손짓이 언어의 전부가 되진 않는다. 표정과 손짓이 합해져야 진정한 언어로 표현될 수 있다. 수어는 주로 농인이 사용하는 언어이며 농인과 청인(비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의 하나다. 수어가 있어야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 사이에 어려움 없이 다리가 놓일 수 있고 농인과 청인 사이의 정보 격차, 문화 격차 등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4일부터 코로나 19 정례브리핑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여 농인 또한 청인과 같은 시각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수어가 하나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2 필자는 청인으로서 이번 브리핑의 수어 통역을 보며 농인이 지금껏 청인과 다르게 정보를 늦게 전달받아 힘들었겠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고, 코로나 19 브리핑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송에서 수어 통역을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외국 영화를 볼 때 자막이 달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농인이 청인 콘텐츠를 볼 때에 수어 통역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어 통역은 자막만큼 많이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청인이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러 제외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필자는 이 상황이 수어를 향한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수어 통역이 없는 방송에 수어 통역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을 내보내는 주체는 굳이 수어 통역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농인과 청인이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려면 대중이 수어 통역이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수어 통역이 없는 것을 봤을 때 당연하게 수어 통역을 요구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칼럼을 쓰면서 나만 알면 된다는 생각으로 다른 이들의 아쉬움을 생각하지 않던 이기심을 마주하게 되어 부끄러웠다.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수어 통역 없는 콘텐츠를 보아도 아무 생각 없이 넘긴 나의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다. 농인과 청인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누구는 즐겁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누구는 힘겹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참고 1.https://1boon.kakao.com/linkagelab/deafpower

참고 2.https://www.bbc.com/korean/news-54128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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