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의 시사 칼럼] 맞춤 추천의 불편한 진실

SNS와 각종 미디어 플랫폼이 대중화된 요즘, 누구나 한 번쯤은 맞춤 추천 게시물이나 영상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유튜브는 내가 봤던 영상과 비슷한 종류의 영상을 자주 추천해 준다. 이렇게 내 취향에 맞게 추천해 주는 맞춤 추천을 이용하면서 편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이 맞춤 추천 기능을 편리하게 생각하고 또 자주 이용한다. 실제로 유튜브 영상의 댓글에선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왔다.’라는 댓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맞춤 추천의 이면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맞춤 추천은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비슷한 유형의 게시물과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인데 추천을 하기 위해선 내가 그동안 검색하거나 본 것들에 대한 정보가 모두 수집된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 생긴다. 바로 내가 원하지 않아도 추적 광고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추적 광고란 내가 검색하고 본 것들에 근거해 비슷한 광고를 띄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인터넷 창에 가방을 검색했다면, SNS에 들어갔을 때 가방 관련 광고 글이 피드에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핸드폰의 설정에서 추적 기능을 끄면 이런 추적 광고가 뜨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필자도 사용해봤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대신 인터넷 서핑을 할 때 시크릿 창을 사용하면 사용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추적 광고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추적 광고가 생기는 것이 싫어서 매번 시크릿 창을 사용하기엔 여러 가지로 비효율적이다.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바로 나도 모르게 편향적인 정보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맞춤 추천은 내가 봤던 것들과 비슷한 것들을 추천으로 띄우게 되어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내가 보는 것만 보게 된다. 즉 관심이 없는 분야의 글과 영상들은 뜨지 않기 때문에 접할 기회가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관심이 없더라도 목록에 보이면 클릭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맞춤 추천으로 인해 내가 관심이 있는 것들이 그 목록을 가득 채우게 되면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는 직접 검색해보지 않는 이상 접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저스틴 로젠스타인 (Justin Rosenstein)은 구글에서 똑같은 검색어를 검색하더라도 내 위치와 관심 분야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참고:넷플릭스 다큐멘터리 ‘Social Dilemma(소셜 딜레마)’

 

 

이렇게 맞춤 추천, 웹사이트의 알고리즘에 의해 선별돼 정보만 수용하게 되는 것을 필터 버블 (Filter Bubble)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는 일라이 파리저(Eli Pariser)가 2011년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그는 TED에서도 이 위험성에 대해 강연한 바가 있다. 그가 저서를 발표했던 건 2011년으로 벌써 9년 전이다. 지금은 9년 전보다 SNS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엄청나게 성장했기에 그 위험성도 더욱 커졌을 지도 모른다. 이대로 SNS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변별력 없이 사용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재앙이 닥쳐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편향된 정보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해서 사회 양극화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알고리즘을, 필터 버블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현재 SNS 상에 보이는 갈등들 중 절반가량은 알고리즘이 제공한 편향된 정보가 야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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