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호의 사회 칼럼] 혹시 김지영씨인가요

청소년의 시선으로 바라 본 양성평등

 

 

몇 주 전, 학교에서 양성평등에 관한 주제로 한 수업이 있었다.  무겁고 먼 얘기라고만 생각했던 양성평등이 알고 보면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주제로 칼럼을 써 보게 되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란 비판도 있었던 화제의 영화. 평범한 듯하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김지영 씨에 관한 이야기.  ‘에이, 요즘 그런 게 어디에 있어.’라며 비현실적이라고 불평하기도 하고, 살림만 하는 여성을 소재로 했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영화를 보며 엄마가 우셨다. 주인공 김지영이 너무 공감되신 것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82년생 김지영이 아직 많다는 사실을. 나도 그랬다.

 

1년에 열 번도 넘는 제사 음식을 혼자 준비하시던 외할머니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었다가 시작부터 뒷정리까지 할머니의 일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외할머니께서는 이른 나이에 병을 얻으셨고, 슬프게도 작년 여름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셨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1년간 육아휴직을 갖고는 결국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다. 엄마의 선택이었다고 하시지만, 가끔 직장에서 일하시던 사진첩을 보시며 수많은 감정이 드는 눈빛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세계 여성의 날’, ‘양성평등주간’이 있을 정도로 지금은 여성에게 평등한 세상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82년생 김지영’, 혹은 ‘나의 외할머니’, 혹은 ‘우리 엄마’ 같은 분들이 있다.  우리나라 에서도 양성평등기본법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회사나 사회에서 이런 법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다. 

 

조창현 나우미 가족문화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남편과 아내는 살면서 의지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동등한 위치이지, 부모와 자식처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사랑과 배려를 요구하거나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1 

 

그렇다면 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지배층에 남성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도 양성 불평등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더라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지 못하는 것 그것 때문에 지배층에는 남성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양성평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건 큰 오산이다. 양성평등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혜택이 있다는 걸 남성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사회의 지배층에 있는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시선에서만 사회를 바라보지 말고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양성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양성평등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본 기자는 양성이 평등한 세상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지만 우선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 또 다른 김지영 씨가 있는지 고개를 돌려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물어봐야겠다. 

 

“혹시, 김지영 씨?”

 

각주

1. 인용: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9131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