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의 사회 칼럼] 가벼운 한마디는 날카로운 칼이 된다

피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에 대하여

다분히 충동적이고도 폭력적인 혐오 범죄의 발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자신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은 아마 모두가 알 것이로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충격이 되었던 이 사건 이외에도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칼부림과 방화, 살인을 저지르는 뉴스 또한 심심찮게 목격하였다. 이러한 소식이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루면 사라질 가십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생각 없이, 주의 없이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칼과 같이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알지만 그런데도 항상 이 말들의 피해자는 생긴다. 오늘은 이렇게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2차 가해에 대해 말해 보려 한다.

 

 

2차 가해란 무엇일까?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서 정의하는 2차 가해(2차 피해)는 피해자가 수사·재판·보호·진료 등 사건처리 및 회복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를 말한다.1 사건 이후 발생하는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폭언, 신분상 불이익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근거로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식의 발언과 같이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모든 행동 또한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2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사회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피해자가 여지를 주었기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이다.’, ‘피해자가 예민해서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다’, ‘둘이 좋아서 했는데 피해자가 앙심을 품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등의 2차 가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자가 자신을 탓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조사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보다 2차 피해가 피해자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1차 피해에 따른 영향에 대해 ‘특별한 영향이 없다’란 응답은 47.3%였지만, 2차 피해에 대해선 '영향 없다'란 대답은 26.0%에 불과했다. 이는 2차 가해가 얼마나 심각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위험한지에 대해 보여준다.3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입에 사건이 오르내리며 나오는 많은 이야기는 피해자의 마음에 더 크나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피해자가 사건 이름에 나오는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 ‘김태현 살인 사건’, ‘양부모 학대치사 사건’이라 불리어야 하는 이름들은 ‘세 모녀 사건’, ‘정인이 사건’이라 불리며 2차 가해를 가져오게 만든다. 이것 또한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사건 이후에 이미 상처받은 마음에 여러 사람의 가벼운 질책은 더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공론화된 기사가 아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사건의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이 타인이 아닌 가족이 될 가능성 또한 높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주변에서 피해 사실을 의심하는 등 ‘성폭력 통념’이 2차 가해로 작용하기 때문에 친밀하거나 신뢰하는 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더 큰 후유증을 남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4 법 또한 이들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월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 2차 피해가 처음으로 법률상 규정되었고, 이후 구체적인 열거 방식으로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을 만들어 성폭력 2차 피해의 기준을 세웠다.5 하지만, 2차 가해/피해 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은 실제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기준에 따라 2차 가해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징계나 조치가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쌓여있지만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이렇게 심각성을 깨닫고 바꿔나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욱더 좋게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칼럼을 쓰며 평소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은연중에 내가 내뱉은 말들이 상대방을 상처받지 않게 하였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라는 말 또한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 어떠한 변명으로도 잘못을 회피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변화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저 멈춰있던, 그저 듣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행했던 행동들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가길 바란다. 발전해나가는 사회에서 혼자 도태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각주

1.인용: http://www.korea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145
2.참고: https://m.hani.co.kr/arti/society/schooling/865971.html#cb
3.인용: http://www.korea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145
4.참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182251015
5.인용: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0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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