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아의 독서 칼럼] 지구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과거로 돌아가서 내가 잘못한 일을 바꿀 수 있다면?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유혹입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의도치 않게 나의 조상을 죽게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나는 그 순간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과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논리적으로 나는 태어나지 못하는 사람이고, 과거로 가서 나의 조상을 죽일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기는 역설을 '할아버지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과거로 간다면 이처럼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로 간다면 어떨까요? [타임머신과 과학 좀 하는 로봇]에서는 직접 개발한 타임머신으로 80만 년 후의 머나먼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한 과학자와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80만 년 후, 인류는 '일로이'와 '멀록'이라는 두 부류로 나뉘어 각각 지상과 지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일로이는 채식을 하며 사람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고 평화롭게 사는 데 반해 멀록은 육식을 하고 인간과 달리 온몸이 털로 덮이고 눈이 빨간색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멀록은 인간과 비슷하게 속임수도 쓸 줄 알고, 기계를 어느 정도 다룰 줄도 압니다. 일로이는 그렇지 못하지만요.1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주변 환경과 공존하기 위해 폭력성과 욕구, 감정 등을 스스로 조절하고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감정을 가지고 발전 의식, 즉 호기심과 탐구성을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로를 존중하여야 합니다.

 

인간다움이 발전 의식을 가지는 데에 있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그 발전 의식으로 인해서 지금의 눈부신 과학 발전을 이루었는데, 지구 환경도 심각하게 파괴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인류의 발전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일까요? 아니면 인류가 너무나 무분별하게 과학을 발전시킨 것일까요? 답은 후자입니다. 인류가 조금만 생각을 하고 과학 발전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환경에 관심을 가져도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지구 환경이기에 현재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환경 보호를 외치며 큰 쟁점이 된 것입니다. 현세대의 인류는 한 편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까 걱정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환경 파괴로 인해서 깨끗한 물조차 얻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타임머신과 과학 좀 하는 로봇]에서는,

 "하지만 완성된 문명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인류 발전에 완성이라는 말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사람마다 개념이 다르겠지만, 물질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자연을 완벽하게 정복한다면 가능하지. 여기 일로이들 을 보면 성격까지도 개량된 것 같아. 공포심이나 폭력성 같은 것은 사라지고 오로지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말이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문명이 만들어졌을 거야."2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인류 발전에 완성이라는 말은 없을 것 같다는 인공지능과 달리 과학자는 물질적 욕구 충족과 자연의 완벽한 정복, 그리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 완벽한 발전이고 완벽한 문명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유토피아는 인간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자기 이익을 챙기려 하고 다른 이를 짓밟고 올라가려는 이가 있으며,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이가 있는 한 인류는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우리의 욕심을 조금씩 덜어가며 살아야 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저울 위의 균형은 무너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내가 조금 불편하게 살면, 그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꼭 나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그렇게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점점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각주

1. 참고: [타임머신과 과학 좀 하는 로봇] 전체적 내용 요약-이한음)

2. 인용: [타임머신과 과학 좀 하는 로봇] 66~67쪽-이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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