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선의 사회복지 칼럼] 국민의 정신건강 복지 증진을 위해

 

 

일주일 전, 조현병이 있던 아들이 아버지를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묻지 마 폭행을 당하는 등 해마다 슬픈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23년 동안 병간호하던 어머니가 조현병이 있던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도 있었다. 조현병으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개인 혹은 그 가정에서만 감당해야 할 문제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조현병은 뇌에서 생각을 조절하고 통합하는 기능의 장애로 일어난다고 한다. 현악기를 알맞게 조율해야 내고 싶은 소리를 낼 수 있듯이 사람의 뇌도 여러 가지 기능이 조화롭게 작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조현병이 나타나는 것이다.1 눈에 보이는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정신장애도 국가 차원에서의 절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 차원에서의 적절한 지원이 있었다면 일주일 전 사고도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들의 병세가 심각해짐을 느낀 아버지는 지자체와 경찰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을 하며 부탁했다. 그런데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역사회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하고 아무 대책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환자를 방치해 놓아 이런 참변이 일어난 것이다.2 행정입원 절차, 다시 말해 강제적인 입원을 위한 절차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경찰이 위험도를 판단해서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그다음 입원을 하는 절차이다.3 이번 사고처럼 가족이 심각한 상태를 느끼며 요청했을 때 경찰이 조금만 신경 써서 정신응급센터로 보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행정입원 절차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신의학 전문가가 아닌 경찰에게 중요한 판단을 모두 맡기며 반드시 그 단계를 거쳐야만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일이 접수되면 경찰이 별도의 판단 없이 전문기관과 신속하게 연결하여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 개인이 자신의 병에 대해 치료를 받을지 말지 선택할 권리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 또는 자기 자신을 해할 수 있을 정도의 심한 상황에서는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 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후 퇴원할 때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할 수 있는데 이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다. 조현병은 꾸준한 치료를 해야 하는 정신질환이므로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생각의 장애로 자신의 병을 인식하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입원을 거부할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더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4

 

조현병 환자를 비롯한 정신질환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리나라 정신병원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치료에는 목적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입원도 치료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입원 치료를 진행한 후, 그 목적을 달성하면 통원치료로 전환을 하거나 치료를 마쳐야 한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의료적 처치를 통해 사고, 지각, 감정, 행동 등의 뇌 기능을 잘 조율하여 과도한 환청과 환각 없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원 치료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뚜렷한 목적 없이 단순히 정신질환 환자들을 사회와 격리하는 용도로, 혹은 가족이 환자의 병간호를 감당하지 못해서 정신병원 입원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정신병원에 장기입원을 할 경우 환자들의 인권이 극심히 침해될 여지가 많다. 진정제나 마취제 등을 오남용하여 환자들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폭력을 사용하여 환자들을 제압하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지역 정신보건 센터 통한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협동조합에 일자리도 연계해 주어 환자가 자립할 수 있게 해주고 사회적 네트워크도 만들어 재활에 돕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 후 재활하고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치유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 절차 및 입원 환경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그리고 개인의 문제,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제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겠다. 하루빨리 국가는 적극적인 대책과 제도를 마련해 국민의 정신건강 복지에 더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개인이 행복해질 때 행복한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각주

1.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19928&cid=51004&categoryId=51004
2.참고: https://news.joins.com/article/24058362
3.참고: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

4.참고:https://www.ncmh.go.kr: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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