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서의 독서 칼럼] 당신들의 천국으로 보는 타인을 위한 구속

 

우리는 불쌍해 보이는 타인에게 연민을 느낄 때 그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를 도와주는 것이 과해질 때는 원하지 않는 구속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사회와 연결하여 정밀하게 다룬 책이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이다. 오늘은 암묵적으로 형성된 구속에 대해 책과 함께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가두어놓은 소록도 속 천국은 누구의 것인가를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한다. 저자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 전하고 싶은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소록도'라는 섬과 그 섬의 상황들을 통해 정확히 전달하여 읽는 동안 그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책의 주인공이자 소록도에 새로운 원장으로 부임 된 조백현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자신을 환자가 아닌 평등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축구팀을 만들고 긴 기간 후에 환자들은 조금씩 활동을 진심으로 즐기게 되는 듯 보인다. 이후 원장은 환자들의 농장을 만들고 육지와 섬을 잇는 대규모 공사를 하여 섬 안의 사람들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환자들의 두려움과 농사지을 약탈해갈 외부인들로 인해 실패로 흘러간다. 그리고 조 원장은 그의 조력자였던 이과장의 말을 듣고 섬을 떠나게 된다. 이때 이과장은 조 원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섬을 떠나라고 말한다. 조 원장은 실패로 흘러가고 있는 사업에 대해 환자들에게 희망을 조성하고 그들의 마음속 철장을 깰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있었기에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이과장의 생각은 달랐다. 조 원장이 만든 천국은 결국 그의 철장 속 천국이었고 환자들에겐 그들의 '자유' 없이 결정된 방안이기에 계속 절창에 갇혀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말한다. 환자들의 천국을 만들겠다던 원장의 다짐 자체가 이미 그들을 가둬둔 것이었다. 

 

따라서 이과장은 자유롭게 그들을 풀어놓아야 환자들을 진정한 행복이 있는 곳, 천국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혹은 그들에겐 어쩌면 천국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과장은 자유의 한계를 깨닫지 못했다. 만약 한센병 환자들을 거느리는 자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게끔 했더라면 그들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원장처럼 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환자를 자신의 천국 속에서 행사하도록 속박시킨 것도 환자들의 행복을 위한 탁월한 방안은 아니지만, 그가 환자들이 생각하는 자유와 행복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여 그들의 천국을 만들어주었더라면 조 원장이 원했던 세계의 행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선의로 시작한 악행'의 사례들이 떠올랐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은 모든 것이 선의로 시작했음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국민, 기업 크게는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 이익을 취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행위를 '사익을 위한 악행의 실현'이라고 하며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개인의 이득을 우리는 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아무리 자신이 좋은 의도로 시작한 행위라고 해도 주변을 돌아보고 이것이 과연 정말로 윤리적이며 타인을 위한 행위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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