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의 경제 칼럼] 계란값 폭등과 인플레이션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하는 영향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장바구니 물가는 거의 치솟는 수준이다. 그중 계란 값의 폭등이 두드러진다. 계란은 사실 우리의 다양한 먹을거리에 두루 쓰이는 식자재라서 가격의 인상이 무척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오르는 계란값이 현 상황 우리 사회의 인플레이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자.

 

지난해 말, 기자가 가족과 함께 매번 가는 대형마트의 계란 한 판의 가격은 약 6,000원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마트에는 두 판을 함께 묶어 파는 상품도 있었는데 그것도 만 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다 12월 초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한다는 뉴스와 함께 계란값의 인상이 염려되었지만, 평년 대비 닭의 사육 규모가 크고 재고 물량도 넉넉해서 계란값은 변동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뉴스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2021년 2월, 설을 앞두고 대형마트의 계란값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한 판에 7,000원을 넘어섰고, 그나마도 순식간에 동나버렸다. 1인 1판 한정 판매를 해도 말이다. 일부 판매처에서는 계란 1판 소매가가 1만 원을 넘기자 ‘애그플레이션’(egg+flation)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1 7월 중순 기자가 직접 확인한 마트의 계란 1판 가격은 11,000원대, 주말 오후엔 이미 판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인플레이션이란 일반적으로 통화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2 시장에 통화가 증가하고 따라서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대외 또는 대내적으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대외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수입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통화, 환율 차원으로의 접근은 지금의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계란의 수입 가격 상승이 현재 계란값을 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 현재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대외적인 요인을 국제 유가의 상승으로 보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기름값이 비싸지면 생산된 계란을 운반하는 유통비가 상승하고 전체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이것이 계란값을 올리게 된다는 것. 하지만 계란값을 올리는 것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내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바로 초과수요라는 것이다.

 

초과수요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거나 아니면 상품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지는 않았을 테니 횟수가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해 1주일에 달걀 1판을 먹던 사람들이 2판을 먹게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엥겔지수가 높게 상승했다는 기사도 접한 바 있듯이 거리 두기 단계 강화 등의 여건상 외식, 회식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람들의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집에서 밥을 먹자면 반찬을 해야 하고 반찬을 하려면 근간이 되는 식자재, 예를 들면 파, 마늘 등 어느 요리에나 들어가는 양념 재료들과 달걀 같은 다용도 재료들이 필요하다. 달걀은 자체로 삶거나 구워 먹기도 하고 라면을 끓인다거나 볶음밥을 해 먹는다거나 많은 음식에 부재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좋은 것인가 아닌가를 2분법적으로 말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수없이 많은 면에서 다른 영향을 주고 다른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도 마찬가지로 상품의 원가를 올리는 요소로 원자재가격상승도 있지만, 임금인상도 있으며 심지어 세금, 금융비용의 상승도 들 수 있다. 1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당장 그것도 국내 인플레이션을 거세게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게 엄청나게 복잡한 것이다. 올해 계란값의 폭등이 현재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는 아닌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다행이다. 정부가 그 복잡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신중하게 연구하고 다루어 나라가 좀 더 잘 움직이도록 해 주고 그와 전혀 다른 맥락이지만 계란 같은 서민 장바구니 물품의 가격은 좀 낮아질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다 끓은 라면에 계란 한 알 넣으려다 ‘이게 얼마였지?’ 하는 심각한 고민은 안 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각주

1. 인용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208/105340128/1

2.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60422&cid=47311&categoryId=4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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