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연의 사회 칼럼] 머지포인트 사태가 보여준 양심의 부재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현금을 교환하는 방식 이외에도 카드 결제, 적립 포인트 사용, 상품권 사용 등 결제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머지포인트는 미리 구매해둔 온라인 상품권을 매장에서 현금과 카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결제 서비스로,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시 머지포인트가 서비스하는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무제한으로 20% 할인받을 수 있다고 홍보되었다. 그러나 11일 머지포인트를 제공하는 회사 머지플러스는 “서비스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당국 가이드를 수용했다”라며 돌연 서비스 판매의 중단 의사를 밝혔다.1 이에 당황한 머지포인트 구매자들 일부가 즉시 환불을 요청했으나 머지플러스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를 조명하며 다단계 금융사기의 위험성과 우리 사회의 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소비자들이 머지포인트를 사용하도록 유도한 무제한 2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은 그저 다단계 금융사기를 위한 수단이었다. 머지플러스가 사기를 위해 이용한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은 ‘폰지 사기’라고도 알려진 사기 수법이다.

 

이탈리아 출생의 찰스 폰지는 1903년,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정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에 휩싸여 도박과 낭비에 빠져있다가 결국 전과자가 되었다. 그러나 1919년, 그는 사업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으로 쓰였던 국제우편‘쿠폰’이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을 겪고 크게 변한 환율을 적용하지 않은 채 전쟁 전의 환율로 교환되었는데, 예를 들어 로마에서는 1달러짜리였던 쿠폰이 보스턴에서는 3.3달러에 거래되었다. 폰지는 이 점을 이용해 해외에서 쿠폰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 유통해 차익을 얻는 사업을 시작한다. 자신에게 투자하면 45일 후엔 원금의 50%, 90일 후엔 원금의 100%를 수익금으로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는데, 당시 5%였던 은행 금리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률이었을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실제로 약속된 날짜에 수익금을 받자 사람들의 신뢰는 더 커졌다. 재투자와 함께 자신의 지인을 2차 투자자로 모집한다. 그러나, 보스턴 우체국에서 폰지가 운영하는 방식의 국제우편 사업을 허용하지 않음을 밝히고, 국제 우편 쿠폰의 환전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폰지의 사업을 몰락하게 되고 파산 신고와 함께 구속되었다.2

 

그렇다면 폰지가 그 엄청난 수익금을 어떻게 부담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폰지는 먼저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금을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투자금으로 배당해주며 겉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았다. 이렇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순환 구조로 시간을 벌다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투자자가 더 몰렸을 때 투자금을 챙겨 잠적하는 폰지 사기는 그 피해와 규모가 막대하다. 머지포인트도 폰지 사기의 구조를 활용해 엄청난 할인율을 내걸고 광고할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는 머지포인트에 가치가 없으며, 환불 또한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까지 도달한 몇몇 구매자가 일명 ‘폭탄 돌리기’를 시작한다. 아직 사태를 알지 못하는 가게를 찾아 자신이 보유한 머지포인트를 사용하여 그 피해를 타인에게 떠넘긴 것으로, 심지어 인터넷에 아직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가게의 정보를 공유하며 가맹점주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머지플러스가 행한 사기의 피해자였던 이들이 금세 가해자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가해자가 될지언정 자신이 피해 보지는 않겠다는 욕심 하나가 몸집을 키워 더 큰 피해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달했을 것이다. 수십만 원 상당의 머지포인트를 사용한 고객은 그 가게의 하루 영업 가능한 양을 소진해 수십만 원보다 더한 피해를 남겼다. 개인의 이득을 위해 타인에게 더 큰 어려움과 상처를 주며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한 일련의 행동들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현 위치가 아니길 바라본다.

 

각주

1. 인용: https://www.yna.co.kr/view/AKR20210818067000002?input=1195m

2. 인용: 폰지사기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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