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사회 칼럼] 안전한 사회를 위한 스마트 감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송수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도구가 등장한다. 텔레스크린은 집 안, 길거리 등 곳곳에 장치되어 사람들을 하루 종일 감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1984>를 읽으며 모든 순간 감시당하는 작품 속 세계가 끔찍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역시 매 순간 감시당하며 살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일어났을 때부터 잠자는 순간까지 감시되고 있다. 밖을 나가면 감시카메라가 우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있으며, 인터넷 접속 기록과 스마트폰 GPS를 통해 나의 정보와 위치 및 동선이 기록된다. 이러한 스마트 감시는 시대가 발전하고, 초연결 사회가 열리면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더욱더 많은 우리의 정보들이 수집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됨에 따라 사생활 침해와 같은 여러 문제들도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감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만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1984>의 텔레스크린처럼 시민들을 탄압하고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마트 감시는 일상 속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노르웨이에 거주 중인 토랄브 스트방은 화장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스마트워치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추락 감지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스마트워치가 그의 위치 정보를 구조대에 전송하였기 때문이다. IT 기기 덕에 목숨을 건진 사람은 토랄브 스트방만이 아니다. 스마트워치의 심장박동 측정 기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질병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으며 스마트워치 속 운동 앱을 사용하여 심장박동 수, 평균 페이스, 소모된 칼로리 등 세부적인 요소들을 확인하며 꾸준히 운동하여 비만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 감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역학조사에서도 사용된다.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을 활용하여 GPS를 추적하거나 전자 명부, 카드 내역 확인 등 방법도 다양하다. 확진자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 시스템’도 개발되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의 신호가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폰 블랙박스’에 수집된다. 확진자의 동선 역시 장소 정보가 아닌 신호 정보로 공개되기 때문에 확진자의 사생활이 보호된다. 이 외에도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 감시는 범죄를 예방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장치의 역할을 한다.

 

물론 스마트 감시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기록되고, 사생활 침해와 개인 정보 유출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마트 감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긍정적인 면들 또한 많으며, 스마트 감시의 부재가 초래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스마트 감시 없는 현대 사회는 불가능해 보인다. 앞으로도 스마트 감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겠지만, 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스마트 감시에 대한 찬반 토론이 아니라 스마트 감시를 통해 일어날 부작용들의 해결 방안에 대한 토론일 것이다. 더불어 스마트 감시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 대신에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질 수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의 대체 단어 역시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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