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이제 냉정함을 가져야 할 때


9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승1무, 승점 4점. 험난한 중동팀 원정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나은 결과를 우리 국민들은 기대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2연전이었다. 


첫 경기 중국, 그리고 이어진 시리아와의 경기를 보면 아마 거의 모든 이들이 서서히 긴장감을 가지기에 모자람이 없는 경기들이었다. 그리고 물론 슈틸리케 감독도 마찬가지 였을것이다. 지난 2014년,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하였다.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에게 조금은 우려되는 옥에 티가 있었다. 


감독 슈틸리케의 모습은 그의 선수생활만큼 화려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015 아시안컵 준우승, 2015 동아시안컵 우승,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무실점 통과 등의 성과들을 거두며 점차 많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 국민들이 슈틸리케 감독을 환호한 가장 큰 이유는 위에 언급한 '한국 감독 슈틸리케'가 이루어낸 성과들이 아닌 '한국 감독 슈틸리케'의 철학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선수에게는 기회가 있을 거라며 k리그 현장부터 매주 샅샅이 돌아다닌 그는 이정협, 권창훈, 이재성 등 수많은 k리그 스타들을 배출시켰으며 과거에 잘나가다 잠시 주춤하는 선수들에게까지도 아낌없이 기회를 주었다. 이러한 특유의 리더십으로 좋은 항로를 항해하던 그에게 갑자기 큰 산이 들이닥치자 그 역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9월이면 사실 시즌 시작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유럽파 선수들보다는 한창 시즌을 치르며 물 올라와있는 k리거들의 경기력이 더 좋다. 그러나 이번 9월 대표팀 소집명단은 단 20명만으로 꾸려졌고 심지어는 그토록 열심히 찾아해매던 k리그에서는 단 3명만이 이름을 올렸다. 실제 경기 안에서도 해외파 선수들의 체력문제로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쉽게 이기지 못하고, 이겨야 하는 경기도 이기지 못하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최근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양 사이드 윙백. 유럽파 선수들은 경기에 못나오며 k리거 중에서는 딱히 눈에 띄는 선수도 없는 이 현실이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했던 그 말이 지금 계속해서 떠오른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에게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비록 k리거들이 유럽파에 비해 조금은 밀릴 지 몰라도 과거 이정협에게 주었던 그 믿음으로 계속해서 k리거들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 k리그에는 수준급의 윙백들이 널려있다. 이미 k리그 최고의 풀백으로 자리잡은 최철순(전북)을 비롯해 고광민, 고요한, 김치우(이상 서울), 홍철(수원), 정동호, 이기제(이상 울산) 등 좋은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는 지금의 k리그이다. 


이제 다가오는 10월 역시 최종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한 칫 잘못해 미끄러지면 월드컵 무대를 누빌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최종예선이다. 조금만 더 긴장감을 가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본인의 철학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이 위기를 분명히 벗어나 2018 러시아에서는 자유롭게, 마음껏 날아다니는 한국 태극전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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