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지질유산, 포천

허술한 관리로 관람객게 실망만 안겨···.

명승 제93호 화적연은 입구부터 잠겨있고 명승 제94호 멍우리 협곡은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을 수 없으며, 찾았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잠겨있다. 교동가마소는 낡은 표지판과 함께 버려져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다. 명승과 천연기념물이 위치한 한탄강 지질공원의 현재 상황이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주상 절리 등 화산 지형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관리 부족으로 관람객의 입장조차 힘든 실정이다.

 

포천시 관인면에 위치한 화적연은 명승 제93호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풍경이 유명하다. 포천시에서 발행한 안내 책자 한탄·임진강 지질공원 포천권역은 화적연의 위치를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산115-2 일원으로,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포천시 관인면 사정리 67’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네비게이션에 해당 주소를 입력할 경우 긴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특히, 원래의 길이 공사로 폐쇄되어 비포장도로를 한참 헤매야하지만 안내 책자에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없다. 겨우 도착하더라도 화적연을 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필자가 화적연을 방문했던 520일에는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그 앞에는 도로공사에 연락해보라는 표지판이 있었으나 공사 측도 잠겨있는 이유를 몰랐다. 단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해당 표지판에는 공사를 제외하고 다른 연락처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허술한 관리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내 책자에는 화적연의 접근성을 5점 만점에 4점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입장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접근성은 의문이다.

 

명승 제93호로 지정된 멍우리 협곡도 다르지 않다. 멍우리 협곡은 높고 긴 주상절리대로 알려져 있다. 멍우리 협곡 또한 화적연과 마찬가지로 비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으며 해당 입구 앞에는 주차장이 없어 농촌 길 끝에 주차해야 한다. 하지만 좁은 길에 주차를 할 경우 주민들이 통행 상에 어려움을 겪어 사실상 주차 공간은 없다. 좁은 논두렁 길은 SUV 차량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이며 급한 내리막길에서의 비포장도로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멍우리 협곡의 입구는 잠겨있다. 당시 관람객은 잠겨있는 문의 옆에 있는 샛길로 들어갔으며 해당 공사에 전화하자 똑같이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겨우 들어간 멍우리 협곡의 모습은 꽤 실망스러웠다. 풍경은 아름답지만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캠핑을 하다 버린 쓰레기 더미가 한쪽에 가득했고 현무암 자갈로 깔린 협곡에는 깨진 소주병이 널려있었다. 높은 주상절리대와 함께 높이 쌓인 쓰레기 더미는 멍우리 협곡의 지질학적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궁예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교동가마소는 그 설화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질이 오염돼 있는 상태이다. 교동가마소의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나 퇴색한 도로와 표지판은 교동가마소가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교동가마소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와 조금 더 가다보면 깊은 수심의 현무암 계곡이 보이고 한쪽에는 주황색 호스가 꽂혀 있다. 가마소의 물이 농업용수로 쓰이는 것이다. 호스 주위에는 관리 부족으로 녹조 현상이 나타났으며 쓰레기와 하얀 거품이 올라와있다. 오염된 수질은 더 이상 교동 가마소의 설화를 뒷받침하지 못할뿐더러 경관을 크게 해친다. 현대에 궁예가 다시 목욕을 하러 교동 가마소를 찾아온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다음 두 사진은 교동가마소의 홍보 사진과 현재의 모습이다. 홍보 사진 속 맑은 물과 풍부한 수량과는 대조적으로 현재의 모습은 호스가 꽂혀있으며 인근에 농업 용수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물론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된 비둘기낭 폭포는 주위에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비둘기낭 폭포까지 나무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다양한 표지판과 설명문을 설치해 관람을 도왔으며 넓은 주차장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높은 접근성과 원활한 관람을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명소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포천시는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많은 수의 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홍보에만 치중했을 뿐, 홍보를 통해 모은 여행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의 관리 부족 문제는 지속적인 관리라는 사소한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홍보 뿐인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일 수 없으며 오히려 지질공원의 질만 하락시킨다. 현재까지도 여행객은 지질공원을 보기 위해 포천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똑같이 실망하고 있다. 지질 공원은 포천시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자산이기도 하다. 사라져버린 지질공원, 한탄·임진강 지질공원 복원이 시급하다.

 

자료출처

-<한탄·임진강 지질공원 포천권역>

 

사진출처

-http://www.pocheon.go.kr/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37432&cid=51888&categoryId=53604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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