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재 교육 칼럼] 뇌과학으로 본 청소년 심리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 혼란의 시기 바탕에는 ‘뇌과학’이 숨어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청소년기는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가 활개를 치는 대신 그것을 통제할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이다. 또한 청소년의 뇌에서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호르몬 세로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지만, 마음을 들뜨게 하는 도파민의 분비는 최고조에 달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편도체와 이성적인 생각을 주관하는 전두엽은 가장 늦게 발달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자동차 엔진에 자전거 브레이크를 단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뇌는 왜 이렇게 혼잡한 것일까? 사람의 성격(personality)은 흔히 ‘환경’으로부터 형성된다고 말하고, 많은 심리학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이론을 내놓았다. 뇌과학에서는 환경에 의해서 바뀌는 뇌의 구조와 기능의 변화를 ‘신경 가소성’이라 한다. 이 신경 가소성은 일생에 걸쳐서 작용하고 영유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그다음이 청소년기이다. 그러나 청소년기에서 그 변화가 유독 도드라지는 것은 이미 짜인 뇌의 구조를 재구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집을 리모델링 할 때 집안이 어수선한 것처럼 청소년의 뇌도 리모델링을 매일 거치면서 안정되지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이에 따라 아이들의 어른에 대한 태도는 하루를 기준으로 매일 바뀐다. 오늘은 순종적이었던 아이가 내일은 자립심이 강한 아이로 변할 수 있으며, 어제 기억했던 일을 오늘은 까먹을 수도 있다. 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의 경험을 되짚어 보아라. 최근 몇 년간의 일도 뜨문뜨문 끊겨서 생각날 것이다.

 

그러기에 부모는 아이의 변화를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으며, 아이에게는 이때의 경험이 본인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청소년기에 경험하지 못한 것은 본인이 그 경험을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종적인 아이를 예로 들어보자. 이 아이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성적을 받고 남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이 아이의 뇌는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청소년기에 독립적인 사고력을 기르지 않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주도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 특히 영유아 때 겪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면서 두려움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의 적성, 흥미와 상반되는 활동에도 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뇌에서는 새로운 신경 회로를 구성할 것이고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자신의 아니마(anima), 아니무스(animus) 또는 그림자(shadow)를 발전 시켜 개성화(individuation)에 도달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룹’을 중시한다. ‘나’라는 존재는 온전한 ‘나’가 아닌 내가 어떤 그룹 안에 속해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학교폭력도 같은 이유이다. 그룹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그 두려움이 변연계와 만나서 학교폭력을 쉽게 일으키게 되고, 전두엽이 덜 발달한 탓에 상대방의 아픔에 잘 공감하지 못하고 다수의 명령에 의한 ‘악의 평범함’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청소년들을 ‘질풍노도’, ‘감정적’, ‘충동적’, ‘반항’이라는 키워드, 즉 그룹으로 묶어서 일차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의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저 ‘나쁜 아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을 바탕으로 한 이해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지식이 타당하다는 ‘논거’가 요구된다. 뇌과학은 그 논거가 되어 청소년들을 그저 하나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는 청소년 본인에게, 청소년들 사이의 인간관계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부모, 교사, 또는 상담사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자료출처: 책-우리 뇌는 그렇지 않아(전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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